탁현민 "文, BTS 수시 동원? 천박한 인식...與 수준 참담"

입력
2022.07.07 13:50
수정
2022.07.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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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민간인 동행 논란'에
"기타수행원 자격? 처음 들어"
"민간인 사전 답사는 심각한 보안유출"
"BTS는 유엔 초청받아... 文, 특사로 임명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민간인 지인 동행 논란에 '문재인 정부 때는 방탄소년단(BTS)도 동원하지 않았냐'는 여권(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해명에 "천박한 인식" "박정희 정권 이전의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도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엽적인 거짓말과 말장난이 너무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내외 행사 의전 및 기획 등을 담당했던 탁 전 비서관은 7일 CBS·MBC·TBS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정도 내막과 진행 절차를 아는 입장에서 납득이 안 가는 해명이 이뤄지고 있어서 한번은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BTS 동원' 언급에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 수준이 그 정도라는 건 참담하다"며 "BTS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을 본인들 정치권력이 원하면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여전히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인식"이라고도 했다.

또 사실관계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BTS는 2번이나 초청받아 유엔에 갔고, 대통령과 유엔에서 만나기도 했고, 우리가 국내에서 청년의 날 행사에 초청을 했다"며 "전혀 대통령이 원할 때마다 불러서 뭘 했던 게 아니고, 대통령이 유엔에 갔을 때 BTS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 특사로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민간인) 신씨와는 비교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절차에 따라 아주 공적인 지위를 부여했고, BTS만 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성이 있어 이번 논란과 비교하는 자체가 사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신모씨가 '기타수행원 자격으로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받아서 갔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탁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수행원은 공식 수행원, 실무수행원, 특별수행원으로 나뉜다"며 "죄송한 말씀인데 기타수행원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기타수행원? 처음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 수여식에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제이홉, 진, 문 대통령, RM, 슈가, 지민, 정국.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 수여식에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제이홉, 진, 문 대통령, RM, 슈가, 지민, 정국. 뉴스1

그는 "공식수행원은 주로 장관급들이고, 실무수행원은 말 그대로 실무를 하는 비서관부터 행정관들, 외교부와 대사관 직원들이 전부 다 실무수행원"이라며 "특별수행원은 예를 들자면 BTS 같은 경우, 그리고 대한상의 회장, 대통령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야 하는 우리나라 재계 대표들(처럼 공식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어떤 특정한 목적 때문에 순방에 따라오는 국회의원들(주로 외교통상통일위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슨 매뉴얼 같은데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다"며 "이 분이 실무적인 일을 했다니 굳이 따지자면 실무수행원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실무적인 역할 때문에 그 사람을 고용했다면 분명히 이 사람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뭔가 공적으로 (이 사람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게 있거나 아니면 이 사람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역할이나 능력이 있거나,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을 채용하거나 일을 맡길 때 절차와 과정이 상당히 올바르게 됐어야 문제가 없다. 그걸 따져봐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사 BTS '보수 늦게 지급' 비판해 놓고 무보수 홍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 "기타수행원이라는 이상한 말을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렇게 잘 쓰지 않는 표현을 굳이 꺼내서 하는 이유도 참 궁금하다"고 의아해했다.

민간인 신분인 신씨의 사전 답사도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의) 보안이 유지돼야 되고, 외국 현지에서 그 나라와의 관계도 살펴봐야 되고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은데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민간인 신분은 정부 사람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일정을 적어도 한 달 전, 혹은 몇 주 전에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건 대단히 심각한 보안유출"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 "행사기획은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설명에도 탁 전 비서관은 "업무능력이 우선이고, 대통령도 잘 설득하거나 친소관계도 있다, 이게 부차적인 게 돼야 한다"며 "반대로 설명한다는 건 결국 가깝기 때문에 이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고 오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신씨가 무보수 자원봉사 활동이란 대통령실 해명에도 "대통령이 특사로 임명한 BTS 같은 경우 보수를 지급했는데, 지급하는 시점이 며칠 늦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수 언론들이 그렇게 비판했었다"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여당인 상황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의 순방행사 즉 국가 행사에 계약도 하지 않은 채 쓰면서 보수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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