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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왜 '전직 수장'들에게 동시다발로 칼을 겨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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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6일 박지원·서훈 두 명의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아무리 물러난 신분이기는 하나 상명하복과 기밀유지가 생명인 정보기관의 생리상 전직 수장을 향해 이처럼 동시다발로 칼을 빼든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출범 두 달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흔적 지우기'를 본격화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의 경우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책임을 물었다. 서 전 원장에게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시킨 혐의를 적용했다.
모두 북한과 관련해 과거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을 놓고 현 정부 들어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진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관건은 고발당한 이들이 해당 사건의 결과를 뒤집거나 흔들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이대준씨의 월북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한미 군 당국이 확보한 대북 특수정보(SI)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가 SI 관련 자료를 조작해 '월북 몰이'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따라서 국정원 주장대로 박 전 원장이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하려면 SI 첩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정보당국 수장이 SI 첩보를 살펴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실제 사건 직후 언론에 최초 공지된 ‘공무원 실종사건’을 ‘사망사건’으로 바로잡은 인물이 박 전 원장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 11분, SI 첩보로 이대준씨 사망을 확인하고도 다음 날 오후 1시 30분 국방부 기자단에 ‘실종 사건’으로 공지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한 언론이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실을 보도하고 나서야 사실관계가 바로잡혔다. 이때 등장한 정보당국 관계자가 박 전 원장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국정원은 같은 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격 사건 후, 우리 군의 SI가 언론을 통해 노출돼 북측이 자기들끼리 교신할 때 쓰는 은어체계가 변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다만 SI를 열람하는 것과 가공 또는 폐기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고발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군 당국이 취득한) 첩보는 국정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생산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검찰 고발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의 경우,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히고도 송환된 북한 선원 두 명의 사건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북으로 돌려보냈다고 의혹을 제기해왔다.
탈북자들의 북송 여부는 관계부처 합동신문을 통해 결정된다. 국정원이 주도하는 탈북자 조사절차다. 따라서 서 전 원장이 이를 서둘러 끝내고 탈북 어민들을 송환했다는 게 국정원의 논리다. 하지만 흉악범같은 특수한 경우에 대해 내린 정책적 판단에까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현 야당의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서 전 원장이 ‘국내 정보 파트 폐지’ 등 국정원 개혁에 앞장서면서 ‘조직 힘빼기’에 나선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두 전직 원장을 동시에 고발한 국정원의 행보는 '정치적'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공교롭게도 국정원이 제기한 두 사건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대준씨 유족을 만나 진상 규명을 약속했고 취임 직후 사건 재조사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탈북 어민 북송사건 재조사를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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