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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트럼프일 줄 알았더니 바이든이네"

입력
2022.07.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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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윈터 이즈 커밍’(겨울이 오고 있다). 3년 6개월 만에 다시간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들은 말은 경제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경고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우리는 서여의도(국회)라는 섬에 갇혔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 윈터 이즈 커밍'에서 7개 소국으로 분열된 웨스터로스의 권력자들은 전설로만 전해져 온 ‘백귀’가 덮쳐올 것이란 경고에 귀를 닫는다. 왕국을 지키는 건 권력에서 소외된 서자(庶子)와 역사가ㆍ과학자, 삶의 터전을 잃지 않으려는 민초들 몫이다.

지금 여의도 상황도 왕좌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자고 야당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한 달 넘게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한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다. “어차피 여소야대인데,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 ‘대통령의 시간’이 길어지니 나쁠 게 없다”며 위안을 찾으려 한다.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당권투쟁이 6ㆍ1지방선거 승리 직후부터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국정 비전을 가다듬고 디테일을 채우느라 바빠야 할 지금, 여당은 ‘윤심’(尹心) 잡기 함정에 빠진 듯하다. 좀 더 정확히는 ‘윤심’ 알기 경쟁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심의 향배보다 부재를 더 우려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0여 일 흘렀는데 아직도 '윤 대통령의 국정 비전이 뭔지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여당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윤핵관 의원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사나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소신껏 나섰다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퇴출될까 걱정한다. 다음 공천을 위해 줄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단다.

대통령실·정부에 몸담았던 의원들은 속이 더 터진다. 실무 당정대협의 등 일상적으로 가동되던 소통 채널이 윤석열 정부에서 일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메시지에도, 정부 정책에도 민심이 제대로 담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친윤계 계파 모임 논란에도 당내 여론이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모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운 게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국정운영만큼은 진심이었다”며 “상시적 당정대 소통 채널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을 놓고 “트럼프일 줄 알았더니 바이든이네”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대선 때처럼 트럼프식 편 가르기 정치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국을 주도하리라 봤는데, 미국 국민들에게 잊히고 있는 바이든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집권 1년여 만에 미국은 40년 만의 ‘더블딥’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우리 경제도 ‘퍼펙트 스톰’ 초입에 들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7년 외환위기보다 위기의 골이 깊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원로 정치인은 “대통령이 힘이 있는 건 국민 다수가 대통령 말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행정부 정책, 입법부 법률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정치인 중 유일하게 대통령만이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당정대의 난맥상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도 대통령뿐이다. 윤 대통령이 윤심을 드러내야 할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그래야 국민이 살 수 있다.


편집자주

36.5° 칼럼을 화요일에 연재합니다. 목ㆍ금요일엔 정치ㆍ경제ㆍ법조 분야(여의도별별, 사사건건, 시시각각, 경제숙고) 및 여러 취재 현장(지금 여기)의 중견기자 칼럼을 게재합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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