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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호황 전세계 스타트업 '감원 칼바람'... 한국도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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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신생기업 라이트릭스(Lightricks)는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앱) '페이스튠'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이 앱은 150여 개 국가 앱 마켓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 덕에 라이트릭스가 지금까지 받은 총 투자금은 3억3,500만 달러(4,380억원). 지난해 9월 시장이 평가한 이 회사의 가치는 18억 달러(2조 3,536억원)다.
이렇게 잘 나가던 라이트릭스가 최근 갑자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미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라이트릭스가 이 달 중 전체 직원의 12%인 8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회사는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수축함에 따라 현금 지출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구조조정 이유를 밝혔다.
요즘 전세계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를 보면, 잘 나가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혔던 라이트릭스 같은 기업의 감원마저 새삼스러운 소식이 아니다. 브라질에서도 기업가치가 29억 달러(3조 7,905억·지난해 4월 기준)나 되는 프롭테크(기술을 앞세운 부동산 서비스) 기업 로프트(Loft)가 직원 380명(12%)을 떠나 보냈다. 미국의 결제 서비스 업체 볼트(Bolt), 독일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고릴라스(Gorillas), 스웨덴 결제 서비스 기업 클라나(Klarna) 등도 수백 명을 감원했다. 스타트업의 감원 움직임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스타트업의 파티는 정말 끝나가는 걸까. 10여년 간 꾸준하게 성장세를 누려왔던 스타트업 업계에 부는 감원의 칼바람은 통계로도 뚜렷이 관측된다. 스타트업들의 정리해고 실황을 보여주는 정리해고 추적기(layoffs.fyi)를 보면, 올해 2분기에 스타트업에서 정리해고된 인원은 3만6,811명으로, 작년 2분기(2,695명)보다 13배 이상 폭증했다.
스타트업이 사람을 쳐내는 건 신규 투자가 눈에 띄게 줄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금리를 인상하자 시중에 풀렸던 돈이 빠르게 말라붙었고, 결국 스타트업과 같은 위험 부문에 들어오려는 투자가 차츰 실종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주요국 증시에서의 기술주 약세 현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도 투자 감소를 부채질했다.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벤처 투자 규모는 약 1,439억 달러(188조원)로 직전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2020년 2분기(585억 달러) 이후 계속 성장해 온 투자액이 7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빅테크마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성과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돈이 모이기 어렵다. 결국 스타트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이란 고육책을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처한 현실도 다르진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한 국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보면, 지난달 투자액은 총 1조755억 원으로 지난해 6월(1조1,959억 원) 대비 약 10% 줄었다. 이런 가운데 신작 흥행에 실패한 게임업체 베스파가 지난달 말 직원 105명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정리해고 태풍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성상 △공공 투자 비중이 크고 △해고가 어려운 편이어서, 최악까진 치닫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임정욱 TBT벤처 파트너는 "(외국 기업들처럼 해고를 하진 않더라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있다"며 "그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대기업 외의 선택지가 돼 왔는데, 성장이 느려지면 노동시장도 경색되고 경제 전체의 역동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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