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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 "임신중지 원정수술 지원"...소송 우려에 '움찔'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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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직원의 안전한 임신중지(낙태)를 위해 '원정 수술' 비용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주 정부와 반대단체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신문에 따르면 △넷플릭스 △타깃 △JP모건 △프록터 앤 갬블과 같은 미국 80개 이상의 기업이 원정 수술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에 거주하는 직원이, 허용 주로 이동해 원정 수술을 받을 경우 관련 비용 일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처럼 직원이 임신중지와 관련해 평화적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을 경우 변호사 지원 등 법적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 때문이다. 주요 고객들이 여성의 임신중지권 보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아무런 행동을 안 할 경우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마케팅 조교수인 제이크 티니는 "이런 기업들은, (임신중지권 같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소비자를 고객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위기 관리 회사인 '테민 앤 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 다비아 테민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 기후위기 등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업들이 특정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거세졌다"며 "기업들은 임신중지와 관련해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P는 기업들이 공화당이나 임신중지권 반대 단체에 의해 각종 법적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있는 탓에 "직원들의 임신중지를 돕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주 정부·의회, 임신중지 반대단체들의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이 현재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WP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와 임신중지권 반대 단체 등은 원정 수술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직원의 임신중지를 도운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와 같은 법적 소송에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은 '직장건강보험'을 통해 직원의 임신중지 관련 비용을 지원할 계획인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민간 보험사 상품인 '완전건강보험(fully insurance plan)'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민간 보험사 상품은 주법에 의해 통제를 받기 때문에, 임신중지가 금지된 주에 있는 기업은 소송이 걸리기 전부터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고용주가 돈을 대는 직장보험을 이용하는 대기업은 1974년 제정된 연방법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RISA는 주법보다 앞서고, 직장 건강보험 적용 범위에 대해 주 정부의 간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RISA가 형법 위반에 대해서는 면책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안전장치가 될 수는 없다. 낙태 금지 주가 원정 시술 지원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형법을 제정할 경우 기업들이 형사 고발당할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WP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대다수 기업이 주 정부가 취하는 다음 행보를 보고 임신중지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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