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 힘드네"...미 독립기념일 연휴에 '항공대란' 몸살

입력
2022.07.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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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이용 수요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팬데믹 기간 감원한 항공사, 조종사 구인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2일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샌프란시스코=EPA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2일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샌프란시스코=EPA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아직 하늘길은 완전히 열리지 않아 전 세계 주요 공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여행객이 한꺼번에 몰린 미국에서는 다수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결항되는 등 그야말로 ‘항공 대란’ 수준의 혼란이 벌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3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를 인용해 연휴가 시작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미국 전역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1,400편이 결항되고 1만4,000편이 지연 출발했다고 전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지연된 항공기가 1,048편으로 전체 항공 일정 중 29%에 달했고,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항공도 지연율이 28%로 집계됐다. 평상시 한 달 평균 결항되거나 지연되는 비행편은 20%를 밑돈다. 지연 비행기가 속출하면서 공항마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고, 오랫동안 휴가를 기다렸던 승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폭주했다.

항공 대란의 일차적 원인으로는 여행객 급증과 항공업계 인력 부족이 꼽힌다.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여행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항공사와 공항들은 지난 2년간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한 탓에 밀려드는 여행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1일 하루 동안 미국 전역에서 249만 명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올해 최다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같은 날(218만 명)보다도 30만 명이나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아메리칸항공에서 비행 시스템 오류 문제로 이달 예정됐던 비행 스케줄 수천 편이 취소돼 혼란을 더 키웠다. 아메리칸항공조종사노조는 이번 사태로 향후 한 달간 기장 또는 부기장을 배정하지 못하거나, 둘 다 없는 비행편이 1만2,075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사는 취소된 비행 스케줄 재개를 노조와 협의 중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조종사들에게 이미 과도한 비행 일정이 할당돼 있어 여의치가 않다. 노조는 초과 근무로 인한 조종사 과로와 비행 안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항공사와 공항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인력 확보에 나섰다. 임금인상 등 유인책도 내놨다. 그러나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직한 경우가 많고, 항공업 특성상 조종사와 관제사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직종이 많아 단기간에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항공사들이 밝힌 올해 조종사 신규 채용 목표는 1만 명 규모다.

델타항공 관계자는 “결항과 운항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지만, 악천후와 항공교통 관제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는 운영상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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