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두 번째 '헛물'

입력
2022.07.04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 = AF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2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 = AFP 연합뉴스

미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분기(전기 대비 연율 -1.6%)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란 전망(-2.1%ㆍ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이 나오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현실화 우려가 높아졌다. 2020년 1분기(-5.1%)와 2분기(-31.2%) 코로나19 쇼크로 경기침체를 겪었던 미국 경제가 2년 만에 다시 침체에 빠지면, 1980년대 초 오일쇼크 이후 40년 만에 이른바 ‘더블딥’을 맞게 된다.

□ 경제 흐름상 경기침체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전분기 대비)으로 정의된다. 경제가 성숙한 선진국들은 비교적 자주 경기침체를 경험하는 편이다. 반면 꺾였던 경기가 V나 U자 형태로 회복되지 않고 W자 형태로 두 번 연달아 침체되는 것을 더블딥이라 하는데 이는 선진국에도 드물었다. 미국도 역사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 1980년 전후 2차 오일쇼크 정도 때만 겪었던 더블딥이 올해 다시 우려되는 것이다.

□ 아직 한국 경제에 경기침체는 생소한 편이다. 늘 “경제가 위기”라고 걱정하지만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뒷걸음친 건 1979년 오일쇼크, 1997~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네 번뿐이다. 올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0.6%)도 마이너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일부 학자들은 “선진국과 같은 침체 기준은 맞지 않다”며 “대략 연간 성장률이 2% 이하면 사실상의 경기침체”라고 주장한다.

□ 시장에선 미국의 경기침체를 곧 ‘경제 경착륙’으로 본다. 그나마 물가라도 잡으면 경착륙, 물가도 못 잡으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후퇴)’인데 지금은 두 가지 중 하나가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술 더 떠 오일쇼크와 글로벌 금융위기 스타일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적 채무위기 장기화”까지 경고했다. 5월까지도 “(경기침체 없는) 경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했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일시적 인플레” 전망에 이어 벌써 두 번째 헛물을 켜게 됐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연준이 신뢰부터 회복해야 불황에도 버팀목이 생길 텐데 큰 일이다.

김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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