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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가는 박진, '립서비스' 이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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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 정권이 동남아시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혀 모르겠다. 한국 외교 기조가 변하고 있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동남아 외교가에서 질책에 가까운 질문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나 같은 일개 특파원에게 완벽한 답을 들으리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만, 한국의 모호함에 당황한 모습은 현장 곳곳에서 여과 없이 포착된다.
그도 그럴 것이 동남아 외교가는 문재인 정부 당시엔 '신남방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한국의 외교 방향성을 유추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의 정책을 폐기할지, 수정ㆍ보완할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남아 입장에선 한국을 향한 시선이 부정적인 물음표로만 가득 찰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이 시간을 끄는 사이 동남아 영향력 확대에 사활을 건 강대국들의 행보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역내 이슈에 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 미얀마 군부와 중국을 각각 비판하며 동남아 각국의 지지를 흡수 중이다.
침묵을 지키던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4일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를 설득하고 나섰다. 이어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 베트남과 금명간 현지서 협상을 진행한다. 미국과 일본의 확장에 맞불을 놓으며 동남아를 뺏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동남아의 외교 각축전이 한창인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도 오는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 수장의 첫 번째 동남아 방문이다.
박 장관이 혹시라도 '립 서비스'만 잔뜩 늘어 놓고 돌아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한국은 미얀마와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수도 없이 반복한, 아무런 파급력도 없는 이 같은 발언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지금의 동남아 분위기다. 상세하진 않더라도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분명히 표명하는 것. 윤석열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너무도 명백하다.
동남아가 서방보다 힘이 약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약소국들의 땅에 1만 개 이상의 한국기업 생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국익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외교의 최우선 가치임을,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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