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 똑바로 해" 공공기관 직원 5명 중 1명 괴롭힘 겪었다

입력
2022.07.04 16:30
수정
2022.07.04 16:4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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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공공분야 갑질 관련 국회토론회
피해자 60% “참고 넘어가… 바뀔 것 없고, 보복 우려”
지자체 지침도 부실 마련… 실태조사·예방교육 안 해
“실효성 있는 갑질 근거 대책 위해 정부 노력해야”

직장 내 갑질.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갑질. 게티이미지뱅크

"팀장은 저를 '노예 1'로 부르며 업무 지시를 합니다. 타 부서 직원, 팀장에게 저를 노예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하루 4차례 이상 제 뒷목을 때리면서 '똑바로 하라'고 합니다."(지방 공기업 무기계약직 A씨)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4년이 흘렀지만, A씨처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5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분야 갑질 근절과 지방정부의 과제' 토론회에서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공공기관 직원 138명 중 23.9%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이들 중 54.5%가 진료·상담이 필요한 수준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자 60.6%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대응해도 변함없을 것 같다(64.5%)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25.8%)는 이유로 신고를 꺼렸다.

직장갑질119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갑질119 유튜브 캡처

직장갑질119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갑질119 유튜브 캡처

실제 신고 후에도 적절한 조치가 따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직장갑질119가 관련 제보 메일 618건을 분석한 결과, 신고자 중 피해자 보호 등 조치를 제공받지 못한 사례가 47.8%(100건)였다. 신고 후 징계나 해고 등을 당한 경우도 30.1%(63건)였다.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B씨는 "다른 직원에게 폭언, 협박, 모욕, 명예훼손을 당해 기관 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알렸지만, 재임용과 이직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사건을 조기종료하라고 종용했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갑질 근절 대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책은 법령, 조례, 지침 정비를 명시하고 있지만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3곳만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만든 광역지자체 13곳 중에서도 세부 지침을 마련한 것은 6곳뿐이었다. 조례가 없는 4곳 중 대구는 공무원 행동강령 관련 조항, 부산은 지침·매뉴얼만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아울러 예방교육(인천, 울산, 강원, 전북, 전남)이나 실태조사(대구, 세종, 강원, 전남)를 진행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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