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긴 ‘용암택’, 팬들과 작별에 ‘눈물택’, 마지막까지 ‘팬덕택’

입력
2022.07.03 21:32
박용택, 은퇴 2년 만에 작별 인사
"은퇴식 보자" 잠실구장 매진
LG 구단 3번째로 영구결번식 거행

박용택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특보 속에 만원 관중이 들어찬 3일 잠실구장은 ‘용암택’처럼 뜨거웠고, 암전된 그라운드에서 휴대폰으로 불빛을 밝힌 채 ‘박용택’을 외치는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울보택’은 눈시울을 붉혔다. 큰절을 올린 ‘팬덕택’은 그라운드 곳곳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무제한 사인회까지 마친 뒤에야 마지막 퇴근길에 나섰다.

2020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LG의 심장’ 박용택(43·KBS N스포츠 해설위원)이 정든 그라운드와 공식적으로 작별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만에 은퇴식이 열렸지만 기다렸던 시간이 결코 아쉽지 않을 만큼 박용택의 마지막 ‘잠실행’은 특별했다. 2019년 9월29일 이후 단 한번도 매진이 되지 않았던 잠실구장 2만3,750석이 은퇴식을 지켜보기 위한 인파로 꽉 찼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부터 팬들과 소통을 중요시 여겼던 박용택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박용택은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준 팬들에게 잊지 않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본격적인 은퇴식 행사 전까지 사인만 약 500번을 했다는 그는 “사인을 해주는데 팬들이 ‘19년 동안 함께해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해주니까 울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팬들이 KBO리그에서 자신을 가장 편하게 느끼는 선수였다고도 돌이켜봤다. 박용택은 “관중석 위에서 팬들이 (이)병규 형을 부를 때는 ‘이병규 선수’라고 불렀지만 나는 학생들도 ‘박용택’이라고 반말로 불렀다”고 웃으며 “그만큼 편하게 다가설 수 있었던 선수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용택이 이날 롯데전을 앞두고 좌익수 수비 위치로 달려가고 있다. 뉴스1

이날 특별 엔트리로 3번 좌익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용택은 시구를 한 뒤 주포지션인 좌익수 수비 위치로 향했다. 내심 타석까지도 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개시 전 박용택을 불러들이고 김현수를 내보냈다. 박용택은 마운드 인근에서 후배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눈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고, LG 팬들을 웃고 울렸던 뉴웨이즈 올웨이즈(New Ways Always) 원곡의 박용택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이 곡은 저작권 문제로 2017년부터 사용이 중단됐지만 원곡 제작자 방시혁, 피독과 가수 박정아의 배려로 이날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선수 시절 별명 부자답게 그라운드 위에는 수많은 박용택의 별명이 선수들 유니폼에 새겨졌다. 별명은 박용택의 행동 하나하나에 ‘택’자를 붙여 팬들이 지은 것이다. 별명 리스트는 박용택이 직접 골랐고 선수들이 유니폼에 달 별명을 선택했다. 뜨거운 타격을 한다는 ‘용암택’, 꾸준히 활약한다는 ‘꾸준택’ 등 좋은 의미의 별명은 물론 찬스를 놓친다는 ‘찬물택’, 송구 시 어깨가 약하다는 ‘소녀택’ 등 부정적인 별명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는 ‘용암택’을 꼽았다.

박용택은 은퇴식 날 승리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특별 주문도 했다. 특히 이날 선발투수이자 휘문고 후배인 임찬규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의미로 뺨을 살짝 건드렸고, 임찬규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휘문택’ 이름을 단 임찬규는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기대에 부응했다. 타선도 1-1로 맞선 7회말 채은성의 결승 2루타 등으로 3점을 뽑아 LG는 4-1로 이겼다.

박용택이 사인회에서 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기분 좋은 승리에 박용택은 2만 여명의 관중과 선후배들의 축복 속에 영구결번식(33번)을 치렀다. LG의 영구결번 1, 2호인 김용수(41번)와 이병규(9번)가 꽃다발을 전달하는 뜻 깊은 순서도 마련됐다.

박용택의 영구결번은 KBO리그 16번째인데 사고로 사망한 김영신(OB·54번), 이병규에 이어 세 번째로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가 됐다. 박용택은 고별사에서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다.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한다”면서도 “대신 팬들의 사랑을 손가락에 끼고 간다”고 강조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 LG 유니폼을 입은 박용택은 LG에서만 19시즌 뛰며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2,504개)와 최다 경기 출전(2,236경기) 기록을 남겼다. 통산 타율은 0.308에 213홈런 1,192타점을 기록했다. 골든글러브는 네 차례 차지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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