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박지현 변수', 나비효과 일으킬까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월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며 당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정치 경력이 5개월여밖에 안 되는 26세 청년의 당권 도전이라는 파격 때문만은 아니다. 관심은 '이재명 의원의 대세론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세대 교체론' 대결로 집약되는 당권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이다. 일단 박 전 의원장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지지기반이 없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등판이 당권 구도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해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 전 위원장의 등장은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이 의원에게 일단 호재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에 의해 발탁됐던 그가 등을 돌린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재직 시절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하게 주장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던 박 전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패배로 위원장 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 의원과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특히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2일 MBC 인터뷰에선 아예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 출마 시 계파 갈등이 심해질 것이고 분당 우려도 있다. 이 의원이 받는 수사도 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이재명계는 박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사실상 결별 통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내 기반은 미약하지만 대선 때 형성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박 전 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계속 비판할 경우, 이 의원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이기도 한 '청년 여성' 정치인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박 전 위원장 등장으로 97그룹이 주도했던 세대 교체론의 흥행도 불투명해졌다. 97그룹은 그간 “혁신의 내용뿐만 아니라 당의 간판도 바뀌어야 국민들이 민주당이 바뀌었다고 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선배 세대인 86그룹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이 직접 97그룹 의원들의 당대표 출마를 독려하는 등 길을 터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세대 교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20대 정치인의 출마 선언으로 비상이 걸렸다. 97그룹 정치인들은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이들이 26세 박 전 위원장과 나란히 서면 아무래도 참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위원장 등장으로 1960년대생 이재명 의원과, 70년대생 신진 세력의 세대 간 대결이라는 구도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97그룹이 세대 교체의 깃발을 내건 만큼 청년 정치의 도전을 외면할 수 없는 것도 딜레마다. 이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97그룹 강훈식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등 광역지자체장의 잇단 성폭력 사건으로 취약한 성평등 인식을 드러낸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도 관심이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시킨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 전 위원장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젠더 이슈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20대 청년이자 여성이며 ‘불꽃’ 활동가였던 박 전 위원장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상징성을 갖는다"며 “당선 가능성과 별도로 박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내는 메시지가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이 당내 쟁쟁한 젠더 전문가들을 제치고 구심점으로 나서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한 여성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은 성착취 문제에 전문성이 있지만, 성폭력 문제 해결이 성평등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박 전 위원장이 광범위한 성평등 담론의 구심이 되기에는 정치권 진입 후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장이 실제 전대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박 전 위원장은 당적 보유 기간이 당대표 출마를 위한 최소 기간(6개월)보다 짧아 당권에 도전하려면 당 지도부가 예외를 인정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헌·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밝히며 예외 인정을 요구했다. 그는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에서 반감 여론이 적지 않다. 이 의원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출마 자격은커녕 출마 요건도 안 되면서 출마를 결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특별히 인정해달라니 너무 황당하다”며 “제발 억지 부리고, 떼쓰는 정치 좀 그만해 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 의원과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둘 다 똑같이 궤변이고 너무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 젊은 정치인들도 박 전 위원장이 강조하는 공정의 원칙에 스스로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고무줄 잣대와 내로남불 태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맹비난했고,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은 "추하다"는 말로 박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친명계를 비롯한 반대파가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 출마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