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럽·아태 동시 핵전쟁" 위협…한미일 공조에 응수

입력
2022.07.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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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대변인, 나토 정상회의 비난
'도발 명분 쌓기', '북중러 연대 과시' 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마드리드=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마드리드=서재훈 기자

한미일 3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군사협력을 강화하자 북한이 '핵전쟁' 위협으로 응수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러시아에 맞선 포위망을 구축한다며 긴장 고조의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지 말라고 윽박지른 셈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를 부각시켜 운신의 폭을 넓히고, 핵무기 개발 명분을 쌓으려는 북한의 속셈이 노골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책동으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최근 나토 정상회의를 정면 비난했다. 러시아를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서방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보다 수위가 낮은 대변인을 앞세웠다. 한미일을 상대로 반발하면서도 톤을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초 최선희 외무상 임명 후 대변인 발언 형식을 취한 건 처음이다. 향후 '말' 위협의 강도를 높일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그간 북한은 수차례 외무성 명의 글을 통해 미국의 압박 기조는 물론 대북 인도주의 지원마저 비판해왔다.

북한은 한미일 공조를 흔들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외무성 대변인은 "(한미일이)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들면서 위험천만한 군사적 공동 대응방안들을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북조선 위협'설을 고취하는 목적은 아태 지역, 전 세계에 대한 군사적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기 위한 '명분 쌓기' 의도가 짙어 보인다. 나토 정상회의 등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언급하면서 "국가방위력 강화의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내달 4일까지 열리는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림팩)', 하반기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에 맞서 북한도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은 이번 림팩을 계기로 실시할 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 일정을 이례적으로 사전 공개하며 어느 때보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갈수록 옥죄자 북한은 부쩍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민감해하는 '핵전쟁'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동원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급기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침략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도 등장했다. 통신은 김유혁 북한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명의 글을 올려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연설에서 '미국 주도 단극체제의 종식'을 선언한 푸틴 대통령에게 지지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관건은 중러가 실제 북한의 협조 요청에 얼마나 호응하느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질서의 전환점인 동시에 북중러가 연대할 명분과 동기를 준 것은 맞다"면서도 "가치를 완전히 공유한다고 보기 어려운 (북중러) 권위주의 국가들이 냉전 시절처럼 뭉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전망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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