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세 여아 울타리에 갇혀 열사병 사망...그사이 테마파크서 놀던 보호자들

입력
2022.07.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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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울타리에 가두고 11시간 방치
보호자들은 스트레스 푼다며 테마파크행
'육아포기' 상태였으나 당국 적절히 대응 못해

오사카부 경찰 본부 전경. 구글 스트리트 뷰 캡처

오사카부 경찰 본부 전경. 구글 스트리트 뷰 캡처

일본 오사카부 돈다바야시(富田林)시의 한 주택에서 2세 여아가 열사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보호자들은 아기를 키보다 높은 울타리 안에 가둔 채 테마파크에 놀러 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기의 할머니(46)와 동거남(50)은 지난달 29일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11시간 동안 2세 손녀를 집에 방치한 혐의로 오사카부 경찰에 체포됐다. 아기는 ‘베이비서클’이라 불리는 영·유아용 울타리에 갇혀 있다가 탈수 증상을 일으킨 것으로 추측되며, 입에서 피를 토한 흔적도 발견됐다.

방 안에는 냉방기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창문이 열려 있어 냉방이 되지 않았다. 이날 이 지역의 최고기온은 34도를 넘었지만, 울타리 안에는 물도 음식도 없어 수분 보충을 할 수 없었다. 아기 침대를 개조해 만든 울타리는 높이가 88㎝로 아기 키보다 높았고 사방에 판자가 덧붙여 있어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이날 오후 4시가 넘어 학교에서 귀가한 할머니의 넷째 아들(15)이 아기를 발견하고 “이상하다. 숨을 쉬지 않는다”며 할머니에게 전화하자 두 사람은 “아기 몸에 물을 뿌려 식혀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들이 신고한 것은 전화를 받은 지 1시간 15분쯤 뒤였다.

수사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전에도 여러 차례 아기를 베이비서클 내에 가두고 외출했다고 진술했다. 남성은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할머니도 “(아기가) 말을 안 들었다. 육아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는 아이에 대해 아동학대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1년 8개월 동안 한 번도 가정방문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전문가들은 가정 방문으로 울타리 상태를 확인했다면 할머니 등이 ‘육아 포기’ 상태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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