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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무대서 모욕당하면 보복?'... 중국의 무리한 재갈 물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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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특정 국가 또는 기관으로부터 중국이 모욕당하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국이 최근 개정한 체육·문화법의 주요 내용이다. 중국 인권 문제나 홍콩, 대만 등의 이슈와 관련해 중국 의도를 따르지 않는 국가·단체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지난달 25일 1995년 처음 제정된 체육·문화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반도핑 기술 개발 장려 △스포츠팀 마스코트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모든 학교에서의 하루 1시간 체육 활동 보장 등 체육계 전반에 걸친 새로운 조치들을 두루 담았다.
그러나 세계 스포츠계의 이목은 다른 내용보다 개정된 120조에 쏠리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국가, 지역 또는 조직이 국제 스포츠에서 중국의 주권·안전·이익·존엄을 해치는 경우 중국은 실제 상황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적시됐다. 어떤 경우에 주권이 훼손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에 상응하는 조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스포츠 무대에서의 국익 침해를 이유로 보복을 법제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의 이 같은 과민 반응은 인권·홍콩·대만 문제가 해외 스포츠 무대에서 불거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도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미국프로농구(NBA) 티베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NBA 에네스 캔터(보스턴 셀틱스)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시진핑은 잔인한 독재자다. 중국은 티베트에서 문화적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셀틱스 경기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대릴 모리 당시 NBA 휴스턴 로키스 단장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휴스턴 경기 중계 취소와 중국 기업들의 후원 계약 철회라는 보복 조치를 당했다. 이 일로 NBA는 "모리 단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상 중국 정부에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이번 개정안은 결국 이 같은 보복 조치를 법제화한 것으로, 해외 스포츠계를 향한 '침묵'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이 스포츠 무대에서 반복되는 '대만 호칭' 갈등에 쐐기를 박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 당시 일본 공영 NHK는 대만 선수단을 '타이베이(Taibei) 선수단'이라고 소개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에 따라 타이베이가 아닌 중화 대만을 뜻하는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bei)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중국은 미국 NBC방송이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대만을 중국 영토로 표시하지 않은 지도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가벼운 갈등에 그쳤지만, 이번 개정된 안을 적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만이 해외 언론에서 별개 국가로 소개됐을 경우 대만 문제를 극도로 민감히 여겨온 중국은 "국익이 훼손됐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언론에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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