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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하느니 실패하라... 스페이스 X는 이렇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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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달에 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비싼 광물이 존재한다 해도, 달까지 가서 지구로 운반하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아폴로 계획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까지 갔다 오면 그만이었지만, 앞으로 달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면 달까지 얼마나 낮은 가격에 왕복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해진다.
지구 중력을 이기려면 어마어마한 추력의 엔진이 필요하고, 극저온 및 방사능에 견디는 특수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런 장벽을 낮은 가격으로 뚫어야만, 달까지 가서 광물을 실어오는 일이 '경제적 행위'가 될 수 있다.
우주 사업은 돈을 물 쓰듯 해야 해서 미국 정도나 가능했던 일이다. '경제성' 혹은 '가성비'와 거리가 멀었던 우주개발을 경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기업이 바로 미국의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보잉 747 여객기를 만들어 뉴욕-런던을 한 번 비행한 뒤 버리는 것과 같은 낭비"라며 재사용 발사체가 우주의 경제적 이용에서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탑재체를 쏘아 올린 뒤 정해진 장소로 다시 날아와 착륙하는 발사체. 다음 달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달까지 실어보낼 팰콘9(Falcon9)은 우주개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우주발사체다. 팰콘9은 올해 상반기까지 총 159번 발사됐는데, 그 중 98번이 재사용 비행이었다. 간단한 정비만으로 최대 10회 사용할 수 있고 전체 정비를 거치면 100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번 쓰고 말았을 발사체를 다시 활용하다 보니 발사 비용은 재사용 때마다 획기적으로 줄었다. 미 전략국제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팰콘9 발사체 3기로 구성된 '팰콘 헤비'의 저궤도 발사 비용은 ㎏당 1,500달러까지 떨어져, 과거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운용하던 우주왕복선(㎏당 6만 5,400달러)의 2% 수준까지 비용이 낮아졌다. 이런 압도적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스페이스X는 전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나사도 하지 못한 재사용 발사체를 스페이스X가 개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실패를 허용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서성현 한밭대 교수는 "국가기관은 경제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임무 완수를 위해 기술적으로 더 완벽한 것을 추구한다"며 "스페이스X는 '일단 시도하고 고친다'는 공격적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고 풀이했다. 스페이스X는 어느 방법이 적합한 지 논쟁을 하느니, 차라리 현장에서 직접 시험하는 것을 택했다.
나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미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UCF)의 행성과학자 필 메츠거 박사도 스페이스X의 성공 요인으로 이같은 '반복 시도'를 꼽았다. 그는 "빠른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선 실패를 숨기지 않고 비판에 대응해야 하는데, 나사 같은 정부기관은 이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나사는 한 번만 실패해도 여론의 비판과 정치권의 예산 삭감에 떨어야 했다.
정부의 도움도 있었다. 연이은 발사 실패로 위기에 빠질 적마다 회사를 구한 것은 정부 수주였다. 나사는 2006년 상업용 궤도운송서비스(COTS)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이스X에 2억7,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우주정거장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할 무인 화물선과 유인 우주선 계획, 2008년 말에는 상업용 재보급 서비스(CRS) 프로젝트 계약을 16억 달러에 체결했다.
사람들을 화성으로 이주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지만,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창출했던 것도 성공의 비결이다. 저궤도에 작은 위성을 여러 대 쏘아올려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 화성 이주용으로 개발한 우주선(스타십)을 이용해 대륙 간 고속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등이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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