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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 다누리가 답한다... 왜, 지금, 하필, 달에 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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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가 8월 3일 오전 8시 37분,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려 달을 향한 4개월간의 긴 여정에 오릅니다. 인류가 이미 53년 전 정복했던 달. 그곳엔 어떤 가치가 있어, 우리는 이렇게 뒤늦게 달 탐사 계획을 시작한 것일까요? 왜, 지금, 하필, 달을 향해 가야만 하는지를, 다누리호의 계획과 임무를 통해 풀어봅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
이 유명한 말과 함께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1969년 7월 20일)도 53년이 흘렀다. 386 컴퓨터도 없던 당시 인간을 달에 보낸 무모한 결정은, 어찌 보면 '이성'이 아닌 '비이성'의 산물이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심장부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에 집착했고, 미사일 기술과 맞닿은 우주발사체를 띄우며 서로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점을 경쟁적으로 과시했다.
사실 목표가 굳이 달일 이유는 없었다. 당시 기준으론 달은 경제적 가치도 없고, 굳이 그곳에 기지를 설치할 이유도 없었다. 1961년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 우주인이 되자, 미국 입장에선 소련에 당한 선제공격을 뒤집을 '큰 한 방'이 필요했다. 그 역전의 무기가 바로 달이었다.
한때 미 연방예산의 4.4%(1966년)를 쏟아부은 '역사상 가장 비싼 쇼'가 끝나자, 인류에게 달 탐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우주 경쟁 대상이 우주정거장(ISS), 화성 탐사 등을 향하는 동안, 인간은 50년 넘게 달을 다시 찾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은 다시 인간의 직접 탐사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 같은 정치적 목적은 찾을 수 없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달은 '돈이 되는 곳'이어서다. 인류가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금은보화와 향료를 찾아 신대륙으로 향했듯, 이제는 대우주시대를 맞아 지구의 유일한 위성으로 비싼 자원을 찾아 골드러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달에 존재하는 대표적 광물은 헬륨3다. 헬륨3를 핵융합 발전에 활용하면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발전보다 5배의 효율을 내면서도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다. 헬륨3 1g은 석탄 40톤과 비슷한 에너지를 낸다. 헬륨3를 우주선 1대 분량(25톤)만 가져오더라도 미국 전체에서 사용하는 1년 치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헬륨3는 태양풍에 의해 달에 계속 퇴적되고 있어 고갈 우려도 없다.
이밖에도 달에는 희토류 등 지구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여러 광물이 풍부하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달 탐사 계획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사이키 가즈토 박사는 "달 개발과 동시에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달은 중력이 약해 대기가 존재하지 않고, 이 때문에 진공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수십억 년 전 달이 생겨났을 때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을 지질학적으로 탐사하면, 지구의 과거를 알아볼 수 있는 셈이다.
달의 낮은 중력은 우주 탐사에도 유리하게 쓰인다. 훨씬 적은 연료로 먼 우주로 나가는 게 가능해, 달에 유인기지 등 기반만 제대로 갖추면 우주개발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달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은 근적외선분광법으로 달 극지방 음영 지역에 증발하지 못하고 얼어버린 얼음의 존재를 확인했고, 최근에는 적외선망원경 '소피아'를 통해 얼음을 발견했다. 물은 우주 탐사에 필요한 식수를 제공함과 동시에,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여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겨우 탐사선 한 대를, 그것도 남의 힘을 빌려 보내는 수준으로, 한국이 달 탐사 경쟁에서 지분을 주장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한국을 포함해 20개국 협업으로 진행되는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나사가 주도하는 이 계획은 2025년 다시 한번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게 목표다.
이번엔 발자국을 찍고, 국기만 꽂고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8년까지 달에 영구 탐사기지를 건설해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루나 게이트웨이)도 띄운다. 이밖에 달 기지국과 태양 발전소, 탐사에 필요한 이동 수단도 구축한다. 현지에서 재배한 식물을 먹고 사는 자급자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계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떠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획에 함께 돈을 대고 사람을 보내면서 차츰 영향력을 늘리고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테미스 계획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이번에 다누리호가 싣고 가는 장비 중 하나가 나사의 것이라는 점도 '국제 협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다누리호에 실리는 나사의 섀도캠(음영 지역 촬영장비)은 달의 극지방을 촬영해 유인 탐사 후보지를 찾게 된다.
지금은 달 탐사에 돈만 들일 뿐 큰 효과를 얻지 못하는 단계이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달 클럽에 들어가지 못하면 달 개발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달 탐사는 늦었지만, 늦은 게 아니다"라며 "여기서 더 늦으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도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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