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취임… 독재자 36년만 재집권

입력
2022.06.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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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17대 대통령 취임
시민단체 "독재자 아들은 자격 없다" 반발 속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30일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30일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필리핀의 악명높은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 30일(현지시간)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1년 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마르코스가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로 축출된 지 36년 만에 독재자 가문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된 것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대통령은 이날 수도 마닐라 국립박물관 앞에서 취임식을 갖고 "선친은 독립 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라에서 큰 성과를 낸 인물"이라며 "아들인 나도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부터 장기집권한 마르코스 대통령의 선친은 계엄령 선포와 반대파 체포·고문·살해로 악명을 떨쳤다. 1986년 참다못한 시민들의 항거로 하야한 뒤 3년 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그의 치하 암울한 과거와 권력형 비리를 기억하는 시민단체들은 "독재자의 아들은 출마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만5,000여명의 군인과 경찰이 배치된 이날 취임식장 주변에서도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선친이 집권 당시 빼돌린 천문학적 액수의 정부 재산을 환수하는 작업을 제대로 이행할지도 주목된다. 바른정부위원회는 지금까지 마르코스 일가를 상대로 1,710억 페소(4조원)를 환수했고, 현재 추가로 1,250억 페소(3조원)을 되돌려받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봉봉'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실시된 선거에서 59.77% 득표율로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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