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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 다시 차가워진 기시다... "독도 해양조사가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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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만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태도는 극히 신중했다. 만찬장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만남을 두고 일본 정부는 “극히 짧게 만났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실이 발표한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을 일본이 정정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지난달 윤 대통령 취임 즈음엔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일본의 기류가 차게 식은 것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30일 "지난달 한국의 독도 해양조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변수'가 악재가 될 것을 걱정하는 일본 정부의 '핑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 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긴밀히' '소통' 같은 표현이 쓰였지만, 일본이 의례적으로 쓰는 외교적 수사여서 당분간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뜻이 없다는 의미다. 전날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시간 간단한 인사를 나눴으며, ‘매우 어려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대통령실이 밝힌 당시 만찬 상황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매우 어려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이) 노력해 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너무 사실관계와 달라 발표했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기대를 내비친 것과 크게 대조되는 태도다.
산케이신문은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면서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 소송 등에 대해)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 장난치는 건가”라는 일본 정부 고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최근 들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올해 3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기시다 총리는 축하 전화에서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한국 측 정책협의단이 윤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일본을 찾았을 때도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만났다.
또 한일 정상회담을 일본이 처음부터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일본 외무성 간부도 ‘(정상회담을 하려면) 국제회의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걸림돌이 적다'며 성사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한국이 지난달 독도에서 해양조사를 실시하고 자민당이 "뒤통수 맞았다"며 분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7월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융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회담을 보류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기시다 총리가 마드리드에서 윤 대통령과 짧게라도 대면한 것은 “한일 정상의 만남을 주선한 미국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이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을 참의원 선거 직후인 7월 중순에라도 성사시키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관건은 징용(강제동원) 소송 해결책”이라며 “공은 한국 측에 있고, 공이 돌아와 ‘전진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정상회담은 할 수 없다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인식”이라는 총리 관저 간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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