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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가 3선 실패? 미국이 나치 손 안에?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7.01 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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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드라마 '플롯 어게인스트: 미국을 향한 음모'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1940년대 초반 미국 유대계 허먼 가족은 시대의 급류에 휘말린다. 기댈 건 신념과 사랑뿐이다. 웨이브 제공

1940년대 초반 미국 유대계 허먼 가족은 시대의 급류에 휘말린다. 기댈 건 신념과 사랑뿐이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바로 보기 | 6부작 | 15세 이상

주요 시공간 배경은 1940년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다. 대공황의 여진이 남아 있는 시기, 유럽에선 전쟁이 한창이다. 유대인 집안의 가장 허먼(모건 스펙터)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신념과 성실로 살아내려 한다. 하지만 허먼의 일상은 순탄치 않다. 10대인 큰아들 샌포드(캘렙 맬리스)는 반항아 기질이 다분하다. 자신이 거둔 고아 조카 앨빈(앤서니 보일)은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위태로운 청춘을 보낸다. ‘플롯 어게인스트: 미국을 향한 음모’는 언뜻 보면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가족 드라마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전개되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①미국이 중립을 선택했을 때

허먼은 보험중개인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사회변혁을 꿈꾼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웨이브 제공

허먼은 보험중개인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사회변혁을 꿈꾼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웨이브 제공

허먼은 보험사 직원이다. 탁월한 영업력으로 승진과 연봉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와 그의 아내 베스(조 카잔)는 새 집으로 이사 갈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집들은 독일계 이민자 구역에 있다. 유럽에서 나치 독일이 연승하자 독일계 이민자들은 기세등등하다. 허먼과 베스는 집 구매와 이사를 망설인다.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 밀집 지역이 안전하고 마음 편하다.

시절은 하수상하다. 유럽 전황이 미국 여론을 가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나치에 맞서 분투하는 영국을 지원하나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대서양 횡단 비행의 영웅 찰스 린드버그(벤 콜)가 전쟁을 피하기 위한 중립을 호소하며 민심을 얻는다. 허먼 등 유대인 대다수는 린드버그를 나치의 하수인이자 파시스트라고 비판한다.

②대체 역사가 전하는 교훈

1940년 미국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3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나치와의 공생을 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플롯 어게인스트: 미국을 향한 음모'는 '대체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본다. 웨이브 제공

1940년 미국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3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나치와의 공생을 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플롯 어게인스트: 미국을 향한 음모'는 '대체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본다. 웨이브 제공

우리가 알던 역사와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린드버그는 자신의 소신을 현실화하기 위해 1942년 대선에 출마해 루스벨트와 대결한다. 루스벨트는 3선에 실패한다. 미국 사회는 급격히 우경화한다. 미국 정부는 사실상 나치의 손아귀에 놓인다. 유대인들의 삶은 위태로워진다. 유대인 혐오 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한다. 허먼 가족 내 갈등은 더 극심해진다. 앨빈은 캐나다군 일원으로 참전한다. 베스의 언니 에벌린(위노나 라이더)은 린드버그를 지지하는 랍비 리오넬(존 터투로)을 위해 일한다. 허먼은 그런 에벌린을 경멸한다. 하지만 샌포드는 에벌린이 연루된 일들에 적극 동참한다.

③역사는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앨빈은 나치 만행을 두고볼 수 없다. 의용군 형식으로 참전해 나치에 맞서나 혼자 힘으로 전쟁에 이길 수는 없다. 웨이브 제공

앨빈은 나치 만행을 두고볼 수 없다. 의용군 형식으로 참전해 나치에 맞서나 혼자 힘으로 전쟁에 이길 수는 없다. 웨이브 제공

‘플롯 어게인스트’는 ‘대체 역사물’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역사에 적용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과거를 배경으로 없었던 일들이 화면을 채우나 현재적 울림이 만만치 않다.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한 미국 내 인종 갈등,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돌출될 수 있는 폭력적 백인우월주의 등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드라마는 허먼의 소신, 앨빈의 비밀스러운 행동을 통해 역사는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전한다. 불의에 맞서는 용기와 희생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뻔한 메시지가 새삼 울림을 준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미국 유명 작가인 유대계 필립 로스(1933~2018)의 소설 ‘더 플롯 어게인스트 아메리카(The Plot Against America)’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허구적 역사를 다뤘다고 하나 작가의 유년 시절이 녹아있다. 허먼과 베스는 작가의 실제 부모 이름이고, 작가는 뉴어크에서 자랐다. 드라마 속 허먼의 둘째 아들은 필립으로 작가 자신이다. 시대상을 꼼꼼히 복원한 화면 구성, 배우들의 열연, 대체 역사가 빚어내는 스릴 등이 재미를 더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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