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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싫어하는 윤핵관 측이 윤리위에 강한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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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리위는 앞서 22일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결정을 다음 달 7일로 미뤘다. 이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초 여권 내 권력지형을 가를 초대형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친윤계가 이 대표 징계를 기회 삼아 당내 권력지형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읽히면서다.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 측이 이 대표 견제 협공에 나선 가운데 신주류가 ‘이준석 제거’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심’에 의지하려는 이 대표의 ‘희망’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폭로로 시작됐다. 당시는 윤석열 후보 측과 이 대표의 갈등이 심할 때다. 이 대표가 2013년 사업가로부터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두 차례 성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물론 이 대표는 거듭 부인해왔다. 당내에서는 오래전 일인 데다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과 관련, 윤리위 징계심의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찬반이 갈려 양측의 기싸움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 대표가 중도에 퇴출되면 차기 당권 레이스로 이어져 여당의 혼란상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윤리위는 앞서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성상납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지만 즉시 징계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때문에 이 대표도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제시했다. 다음 달 7일 이 대표의 소명을 청취한 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징계 수위다. 윤리위 규정 21조는 강한 순서대로 제명·탈당권유·당원권 정지·경고 4단계로 구분한다. 경징계인 경고에 그치면 대표직은 유지되지만, 윤리위가 의혹을 공인하는 셈이 돼 이미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경우다.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대표직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져 조기전당대회나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29일 “분위기상 최소 당원권 정지까지 가고 이 대표가 수긍을 안 하면서 당내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윤핵관+안철수 연대’와 이 대표가 수개월간 흙탕물 싸움으로 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국민적 눈높이를 최우선으로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발표한 후 일체 함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회의 때도 윤리위원들 사이에선 원리원칙을 강조한 목소리가 컸다는 후문이다.
당 지도부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윤영석 최고위원은 “정당사 초유의 일인데 7월 7일까지 지켜봐야지 누가 뭐라고 하겠냐”며 “당대표 일이라 신중하다.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다른 지도부 의원은 “논란이 일어났는데 국민께, 당원께 송구하다는 얘기가 없다”며 “정치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작년부터 후보를 당대표가 흔들고 가출하고 그런 거부터 사과를 한 게 없지 않냐. 지금도 SNS로 만인에 대한 투쟁만 하고 있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변수는 세력 다툼이란 비판과 당내 잡음이 커진 대목이다. 윤리위가 심의 당일, 경찰 수사를 지켜본다며 결정을 늦추는 경우도 거론된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 1호로 지명한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강한 처분이 나올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다만 윤리위가 부담을 느껴 ‘불문(不問) 경고’나 ‘당대표로서 처신에 유의해달라’는 구두경고로 끝낼 것이란 예측도 있다”고 일각의 분위기를 전했다.
세간의 관심은 윤리위의 행보가 ‘독자적 판단일까’라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어찌됐든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란 점에서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거나, ‘윤심’을 과도하게 읽은 윤핵관의 주도로 강공 드라이브가 진행 중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고위 당직자는 본보에 “윤핵관 중에서 이 대표를 안 좋아하는 쪽이 꽤 있어서 윤리위에 압력을 강하게 넣고 있다고 들었다”며 “윤리위가 여러 방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일련의 과정을 ‘대통령 친위정당화’ 또는 ‘집권당의 여의도출장소’ 측면에서 퇴행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정당의 기구라는 게 독립성에 한계가 있고 누가 봐도 서두르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징계 방향이 잡혔다면 두 가지를 고민 중일 거다. ‘이준석 정치’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느냐인데 쉽지 않은 게임 상대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싸움을 걸었지만 ‘어른’들이 이겼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결심과 의지가 중요한데 명시적이진 않지만 밑에서 뭔가 사인을 읽었다고 볼 수도 있고 알아서 했을 수도 있다. 걸림돌은 데드크로스 부분이다. 지난주부터 대통령 지지율에서 부정이 긍정을 앞질렀다. 더 요동칠 수 있다.”
이 대표가 낙마하면 당은 과도체제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게 ‘윤핵관-안철수 연대론’이다. 윤핵관 측이 이 대표를 밀어내고 곧바로 전면에 나서는 건 무리수라고 보고 안 의원을 내세우는 한편, 당장 세력이 없는 안 의원 쪽도 실리를 챙기는 거래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4~5개월 정도 비대위원장을 맡는 선택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만 넘어서 전당대회를 열면 새 당대표가 총선공천권까지 갖기 때문이다.
윤핵관 쪽도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의 이해관계가 한결같지는 않다. 윤리위가 내달 7일로 미뤄진 것도 신주류 내 의견 통일이 안 된 증거로 회자되기도 한다. 당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임기를 잘 끝내야 본인도 자연스럽게 차기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징계에 다소 신중하다”며 “반면 매형이 안철수 의원과 친분이 깊은 장제원 의원은 본인이 아들 문제 등으로 당장 대중정치로 나서기 힘들어 연대를 통한 실권을 추구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으면 10일 내 가능한 재심청구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대한 의결은 30일 이내에 마치게 돼 있어, ‘희생자 프레임’으로 격렬한 메시지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처분에 근거가 취약할 경우 최후의 카드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투쟁에 들어갈 수도 있다. 주목되는 대응은 최고위원회에서 윤리위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다. 윤리위 규정 제43조 2항엔 ‘당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시·도당 윤리위의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최고위는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대표를 제외한 7명 중 4명이 반대하면 징계 취소가 가능하다.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가깝고, 친윤그룹인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정면충돌한 바 있다. 윤영석 최고위원이나 친윤계인 성 의장은 다소 신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권 원내대표의 최종 선택도 불분명하다. 이 대표가 징계처분을 막아낼 길은 아직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고위 의결사항은 제명 조치만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아 유동적이다.
친윤 일각에선 당원권 정지 시 이 대표가 해당 기간을 채운 뒤 차기 전당대회에 재출마하는 ‘정면돌파’도 경계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원내 세력은 없어도 잠정적 지원그룹은 있다”며 “최근 전당대회 경험상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아 젊은 당원층을 등에 업고 재출마하면 친윤 쪽이 안심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윤리위 사태는 윤 대통령 귀국 이후 내주 초 분수령을 맞을 것 같다. 첫 해외일정 성과를 공유하는 당 지도부 초청이 있거나, 윤리위 개최 하루 전날(6일) 예정된 첫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동이 터닝포인트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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