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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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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는 2054년 미국 수도에서 가동되는 범죄 예방 시스템 '프리크라임'에 관한 이야기다. 시스템의 중추인 세 초능력자가 살인을 예지하면, 존 앤더튼(톰 크루즈)이 이끄는 수사반이 예지 영상 분석으로 발생 장소를 파악해 '예정 범인'을 체포한다. 정부는 살인 사건이 완전히 소탕됐다며 프리크라임의 전국화를 추진한다.
□ 중국 지방정부에서 최근 남편과의 홍콩 이주를 신청한 여성이 신원 조회 문턱에 걸렸다. 부부의 동선 기록을 대조하니 겹치는 데가 별로 없다고 공안 감시 시스템이 경보를 울린 것이다. 이어진 조사에서 이들은 불법 이주를 노려 위장 결혼을 했다고 자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남성의 빈번한 출입이 포착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안이 건물을 덮쳐 다단계 조직을 적발한 사례도 소개했다. 지명수배자가 폐쇄회로(CC)TV에 찍혀 검거됐다는 수준이 아니다. 공안 감시망 앞에 숨은 범의까지 발각된 것이다. 영화가 반세기 앞을 내다보며 펼친 상상이 중국에선 이미 현실인 셈이다.
□ 중국판 프리크라임에서 예지자 역할을 하는 건 빅데이터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공안이 관리하는 CCTV가 100만 대를 헤아린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 31개 성 중 한 곳에만 설치됐던 휴대폰 추적기는 이제 모든 성에 깔렸다. 와이파이 중계기처럼 생겼지만 위치 추적에 해킹까지 수행한다. 반정부 위구르인을 감시하려 휴대폰에 중국-위구르어 사전 앱이 깔렸는지 파악하는 식이다. 생체정보도 주요 감시 수단으로 성문, 지문, 홍채는 물론 25개 성은 주민 채혈로 DNA 정보도 갖췄다.
□ 중국 공안은 활동 이력, 최근 복장, 보유 차량, SNS 이용 내역까지 결합된 촉수를 시민 개개인에게 뻗친다. 막강한 치안 권력, 권위주의적 풍토는 감시 사회의 온상이다. 이 나라에서 빅데이터 기술은 부국강병을 책임질 '절대선'이라 견제받지 않는다. 창졸간 예비 살인자로 지목돼 프리크라임의 수호자에서 도망자로 전락한 영화 속 앤더튼의 수난이 어른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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