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내리는 게 목표" 현대차 사원이 회원제 고깃집 차린 이유 

입력
2022.06.29 04:30
수정
2022.08.03 15: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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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 신생기업 제이오F&B 조수용(36) 대표
현대차 그만두고 한우  중매인 하며 푸드테크 창업
"간편식 개발로 한우 가격 끌어내려 세계에 알릴 것"

서울 압구정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조우'는 요즘 유명인들 사이에 뜨고 있는 한우 전문 고깃집이다. 도로변 앞쪽은 일반 식당이고 뒤로 돌아가면 아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멤버십 식당이 붙어 있다.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이 즐겨 찾는 멤버십 식당은 매일 저녁 딱 한 팀만 받다 보니 예약 후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멤버십 식당은 메뉴도 따로 없고 요리사가 여러 요리를 만들어 주는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이다.

멤버십 식당의 바 뒤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 손님들을 접대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 식당 주인이자 한우 유통의 혁명을 꾀하는 푸드테크 신생기업(스타트업) 제이오 F&B를 만든 조수용(36) 대표다. 그는 왜 이런 독특한 식당을 만들었을까. 이 식당이 한우 유통 혁명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를 만나 한우 유통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조수용 제이오F&B 대표가 서울 압구정동에서 운영하는 식당 '조우'에 설치된 거대한 냉장고에서 숙성 중인 한우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최주연 기자


“돈 벌기를 포기한 식당” 그랬더니 손님 몰려

연예인 비와 김태희 부부를 비롯해 유명인들이 다녀간 멤버십 식당은 내부가 특이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5m에 이르는 높다란 천장 아래 온통 검은색으로 꾸민 바와 식당에서 보기 힘든 천만 원대 호가하는 드비알레 스피커가 놓여 있다.

이곳은 예약자 외에 다른 손님이 없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예약이 밀려 든다. 하지만 아무나 예약할 수 없다. 예약하려면 멤버십 회원이 돼야 하고 회원하고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다. 60명에 이르는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까다롭게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식당을 알릴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돈 벌려고 식당을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목적 때문에 여기 맞춰 회원제로 운영해요."

앞쪽에 위치한 일반 식당도 수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약 100평 규모 식당에 식탁 하나 없이 방만 8개다. "식탁을 설치하면 30개를 놓을 수 있어요. 방으로 바꾸면서 같은 면적의 식당이 올릴 수 있는 매출의 3분의 2를 포기했죠." 굳이 방으로 바꾼 이유는 편안하게 음식을 즐기라는 뜻이다.

역설적이게도 돈 벌 기회를 포기하자 손님들이 몰려 들었다. 유명인이 와도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사인 요구조차 하지 않을 만큼 편안하게 대한 덕분에 이정재 정우성 현주엽 등 스타들이 다녀가며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밀려든다. 그런데 왜 조 대표는 돈과 상관없는 식당을 차렸을까.

결혼이 바꾼 인생

조 대표의 집안은 삼성전자의 중요한 휴대폰 협력업체를 운영한다. 사업 참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을 돕는 기획실에서 7년간 일했다. "현대차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죠. 탄탄한 경력을 보장받아 나갈 이유가 없었어요."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결혼이었다. "처가가 서울 마장동에서 1973년부터 한우를 전문으로 다루는 축산물 중매인으로 수십 년간 한우 유통을 했어요. 하루 평균 800마리 도축되는 소 중에 최고 등급인 '투뿔뿔'(1++) 한우, 그중에서도 마블링 지수(BMS) 9인 '넘버9'만 다루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중매인이죠. 투뿔뿔 넘버 9 한우는 가격 상한이 없을 정도로 비싸서 전체 100여 명의 중매인 가운데 다루는 중매인이 10명이 채 안 돼요."

축산물 중매인이란 도축장에서 갓 도축된 소와 돼지고기가 공판장에 나오면 경매로 낙찰받아 정육점 등 거래처에 판매하는 직업으로, 고기 유통의 출발점이다. 중매인은 폐쇄적인 직업이다. 조합 구성원들의 만장일치나 다름없는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중매인이 될 수 없다. 그만큼 장벽이 높다.

그는 처가에서 고깃집을 크게 시작하며 도움을 요청해 이를 거들려고 2018년 현대차를 퇴사했다. "그만두려니 아까웠죠. 회사에서도 강하게 말렸고, 심지어 처가에서도 말렸어요. 그런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대기업에 다닌 경험 때문에 조금만 손대면 전략적으로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처가 일을 1년여간 도우며 한우 유통 구조를 꿴 뒤 2020년 제이오F&B를 창업했다. "중매인 일도 경험하며 한우 유통의 문제를 속속들이 알게 됐어요. 문제가 보이니 해결 방법도 보였죠. 그게 창업의 계기였어요."

조수용 제이오F&B 대표는 간편식 개발을 위해 운용하는 멤버십 식당에서 직접 쇠고기를 요리하며 손님들의 반응을 듣는다. 최주연 기자


'20%로 벌고 80%를 버린다' 한우 유통의 문제점

조 대표가 본 한우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싼 가격을 유발하는 구조다. "한우는 등심, 안심, 채끝 등 선호 부위에 모든 이윤이 집중돼요. 그런데 이런 부위는 소 한 마리당 20%에 불과해요. 80%에 해당하는 보석살, 삼각살, 국거리, 불고기거리 등 나머지 부위는 제값을 못 받고 헐값에 팔려요. 최고 등급의 소도 나머지 80%는 덤핑 처리돼요. 즉 등심, 안심 등 20%에만 이윤을 집중적으로 붙여 돈 버는 구조죠."

그러니 등심, 안심 등이 비쌀 수밖에 없다. "소 한 마리에서 평균 40kg가량 나오는 등심의 도매가격이 ㎏당 평균 15만 원으로, 총 600만 원입니다."

비싼 가격은 한우 수출에도 걸림돌이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 수출되는 한우는 현지 판매 가격이 일본산 와규보다 품질이 떨어지는데 더 비싸요. 그러니 사람들이 사먹지 않아요. 유통이 잘못된 탓이죠."

"한우 등심을 미국산보다 싸게 파는 것이 목표"

이를 바꾸는 것이 조 대표의 목표다. "헐값에 팔리는 80% 부위에 부가가치를 부여해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 회사의 목표죠. 이렇게 되면 비싸게 팔리는 등심 안심 등 20% 부위 가격도 내려가요. 해당 부위에 이윤을 집중할 필요가 없거든요."

즉 비싼 등심 안심 가격을 내리고, 나머지 부위는 부가가치를 부여해 제값을 받는 것이 조 대표의 사업 방향이다. "덤핑 처리되는 부위에 부가가치를 부여하려고 회사를 차렸어요. 그렇게 되면 한우의 전체 부가가치가 올라가 파는 사람도 좋고, 등심 안심을 싸게 살 수 있어 소비자도 좋아요. 아울러 해외에 수출되는 한우의 가격 경쟁력도 올라가죠."

궁극적으로 미국산 등심보다 한우 등심을 싸게 파는 것이 목표다. "㎏당 미국산 등심이 12만 원대, 한우는 20만 원대죠. 한우 등심을 미국산 등심 가격으로 떨구고 싶어요."

최고 등급 쇠고기로 간편식 개발, 식당은 맛의 시험대 역할

관건은 80% 부위에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조 대표는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하는 간편식(HMR)을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다. "최고 등급의 소에서 나오는 80% 부위로 카레, 곰탕, 양지탕 등 고급 간편식을 만들어 '조우' 상표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최고 등급의 소는 80% 부위도 부드럽고 맛있어요."

이를 위해 그는 지난 4월 경기 안산에 간편식 공장을 만들었다. "공장에서 한창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제품이 나오면 회사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토어 등을 통해 판매해야죠. 간편식이 개발되면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한우의 고급 부위 가격도 낮출 수 있죠."

식당 '조우'도 간편식과 관련 있다. "다양한 음식을 개발해 식당에서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간편식으로 개발하려고 2020년 5월에 식당을 차렸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어서 초반에 힘들었는데 입소문이 나며 지금은 흑자를 보고 있죠."

연말쯤 시판 예정인 쇠고기 카레도 식당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 "일반 카레와 달리 최고 등급 한우가 많이 들어가요. 도축장에서 직접 쇠고기를 가져오는 중매인이어서 유통비용이 들지 않아 좋은 재료를 많이 쓸 수 있죠. 가격은 일반 식당과 비슷한 1만 원대를 고려하고 있어요."

고기 요리에 사용하는 양념류도 개발할 예정이다. "회사 주재원으로 일본에 나간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1 때까지 후쿠오카에서 자랐어요. 그때 일본 맛집들이 각각 양념을 따로 판매하는 것을 봤죠.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양념 간편식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는 양념이 중요하죠. 그만큼 양념 사업은 고기 판매와 연관돼 있어요."

간편식이 잘되고 쇠고기 가격을 낮춘 뒤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소를 키우는 스마트 농장도 운영해 볼 생각이다. "소 사육부터 식품과 식당까지 가치 사슬을 모두 갖추고 싶어요."

국내 유통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사업 모델이어서 벤처투자업체 매쉬업엔젤스도 조 대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자를 했다. "매쉬업엔젤스는 외식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어서 이해가 빨랐어요. 특히 식당과 간편식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공감했죠."

조수용 제이오F&B 대표의 목표는 "간편식 개발로 한우의 가격을 낮춰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것"이다. 최주연 기자


“2~4주 숙성된 한우 추천, 한우 가치 세계에 알리고파"

끝으로 조 대표에게 좋은 한우를 고르는 요령을 물었다. "한우는 2~4주 숙성해야 맛있어요. 갓 잡은 모든 생고기는 사후 경직이 일어나 질겨요. 2~4주 숙성하면 화학적 변이 때문에 부드러워지죠. 하지만 4주 이상 건조 숙성(드라이에이징)하면 산화돼 치즈 냄새가 나요. 한우는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와 달리 기름기가 많아 건조 숙성되면 맛이 떨어져요."

다만 육회는 예외다. "육회는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것을 먹는 게 좋죠. 보통 우둔이나 앞다리를 육회로 많이 쓰고 안심과 등심도 쓰죠. 식당에서 살치살이나 등심으로 육회를 내면 고소하고 맛있다는 반응들이 많아요."

그의 꿈은 한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한우는 외국산 쇠고기에 비해 더 깊은 맛과 육향이 있어요. 한우 수출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한우 가격이 저렴해야겠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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