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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소리했다고... 직장 동료 딸 눈· 코에 접착제 뿌려

입력
2022.06.28 10:50
수정
2022.09.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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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찾아가 2차례 범행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법원 "엄벌 불가피" 2년 6개월 선고

인천지법. 뉴시스

인천지법. 뉴시스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전 직장동료의 생후 4개월 딸 얼굴에 순간접착제를 뿌린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3)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4일 오후 2시 55분쯤 인천 남동구에 있는 전 직장동료 B씨 집에서 생후 4개월된 딸 C양의 눈에 시아노아크릴레이트계 순간접착제를 뿌려, 한 달간 치료가 필요한 각막 찰과상 등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가 세탁기를 확인하기 위해 발코니에 간 틈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직후 C양은 눈을 뜨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서 접착제가 붙은 속눈썹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같은 달 30일 오후 4시 40분쯤에도 B씨 집을 찾아가, B씨가 젖병을 가지러 주방에 간 사이 C양 양쪽 콧구멍에 접착제를 뿌려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는 첫 번째 범행이 발각되지 않자, B씨에게 "C양이 보고 싶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B씨 집을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것을 두고 B씨가 "나중에 태어날 아이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는 말을 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사 초기 범행 사실을 부인했고, B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고의성과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극심한 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알코올 남용 등으로 진료를 받기도 했으나, 재판부는 "범행 경위, 범행 전후 언행에 비춰 보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생후 수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피해자 양쪽 눈과 코에 위험한 물건인 강력 순간접착제를 주입했다"며 "범행 위험성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행히 응급조치 등 치료 과정을 통해 피해자의 각막 손상이나 시력, 호흡기 등에 심각한 후유 장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섭식 장애를 일으켜 또래 비교군에 비해 85% 정도의 발육 상태를 보이고 피해자 어머니 또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고인의 어머니와 배우자가 재범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상응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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