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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출근 풀렸다' 구내식당 손님은 돌아오는데…조리원은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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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오후 12시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 빌딩의 구내식당. 재택근무 해제 이후 모처럼 식당 안이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운영자 A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하루 500명까지 떨어졌던 점심 이용자가 올해 850명으로 올라왔는데, 조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5명 줄어든 15명이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외식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반 식당도 일할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며 "조리원들이 굳이 더 힘든 급식업체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 경북 구미 한 공장의 구내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존 조리 인력으로는 갑자기 늘어난 이용자 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매일 배식 시간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웃돈을 얹어 파출 인력(일용직)을 구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운영자 B씨는 "하루 일급 15만 원을 불러도 수도권이나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지, 지방까지는 일하러 오지 않으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장, 학교 등 단체급식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가면서 구내식당은 3년 만에 활기를 되찾았지만, 조리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때 빠져나간 조리원 수를 채우지 못했고 일손이 모자라 매일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각종 물가가 크게 뛰면서 가성비 좋은 급식을 이용하려는 수요까지 생기면서 조리 인력 부족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한 급식업체의 경우 1~5월 조리원 결원율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고, 전국 단체급식소 5곳 중 1곳은 조리원 정원이 기준 미달인 채로 운영됐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1일 "보통 조리원 1명이 40명 정도의 식사를 맡게 되는데, 요즘은 1명이 60~70인분을 맡아야 한다"고 전했다. 구인이 쉽지 않아 조리원 경험이 있는 운영진까지 현장에 투입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조리원 찾는 게 갈수록 쉽지 않아지는 것은 그만큼 일이 고되기 때문이다. ①오전 근무조의 경우 새벽 6시 출근하면 식재료를 검수하고 세척과 재료 손질을 시작한다. ②밥을 짓고 식기를 체크한 후 조식 배식은 오전 7시~9시 30분 진행한다. ③이후 오전 10시부터는 중식을 위한 추가 조리에 들어가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까지 중식을 배식한다. 점심 식사는 중식 배식이 끝나고 난 후 30분가량 주어진다.
특히 세척장은 손님에게 노출되지 않은 안쪽에 있다 보니 일하는 환경도 좋지 않다. 뜨거운 열이 나는 식기세척기와 씨름을 하다 보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난방이 안 돼 춥다는 것이다. 이에 급식 업체들은 교통비 지원, 기숙사 제공 같은 카드를 제시하며 조리원 구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한 대로 조리원 경험이 없는 파출 인력을 찾는 급식업체들이 늘어나면서 1인당 고용 비용은 8, 9만 원에서 두 배 넘는 20만 원까지 뛰었다. 설사 어렵게 파출 인력을 확보해도 급식업체의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급식은 많은 양의 같은 음식을 배식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 조리의 운영 노하우와 위생 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꼭 필요한데, 매번 파출 인력으로 메우게 되면 서비스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세척 등의 단순 업무는 외국인이나 파출 인력으로 소화 가능하다고 해도 식재료를 직접 다루는 조리나 배식 업무는 전문 인력이 필수"라며 "일회성으로 왔다 가는 파출 인력으로 조리실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말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외국인도 구내식당에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정작 급식업체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기업이 H-2 비자 소지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채용이 불가하다는 증빙서를 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또 최근 H-2 비자 소지자들이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 구인 대상도 점점 줄고 있다고 토로한다.
급식업계는 채용 가능한 외국인 범위를 F-4 비자 소지자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F-4 비자 소지자는 현재 단순 노무 행위에 해당하는 조리원 일을 할 수 없는데, 이 규제를 풀어야 기존 인력과 소통이 원활한 사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식재료를 만지는 내국인 인력은 외국인으로 메울 수가 없다"며 "F-4 비자 소지자까지 고용 범위를 확대하면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임금 인상 등 업계 차원의 자발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조리를 담당하는 인력은 보통 최저시급(2022년 기준 9,160원)이 적용돼 월급 190만 원대를 받고 있다. 체력 소모가 심한 세척실은 시급 1만 원가량 적용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리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일이 힘들고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며 "채용 가능 범위를 늘리는 단편적 접근보다 처우 개선 등 다른 관점에서 근본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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