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김창룡 경찰청장 결국 사의... "행안부 통제, 경찰 근간 바꾸는 것"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잇단 반발에도 행정안전부가 이날 ‘경찰국(가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 통제 방안을 밀어붙이자, 항의 표시로 직(職)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청장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중도 하차한 건 처음이다. 김 청장은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끝까지 통제안에 반대했다.
김 청장은 2020년 7월 제22대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전임 정부 인사란 인식이 강했던 탓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경찰청장 입지를 대폭 축소하는 경찰 통제안 마련을 지시한 게 신호탄이었다. 21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오자 일선 경찰관들은 “노골적 경찰 길들이기”라며 지휘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김 청장은 수차례 이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문전박대만 당했다. 지난 주말 1시간가량 겨우 이뤄진 통화에서도 김 청장은 “권고안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지만, 이 장관은 완강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장관은 이날 “경찰 권한이 급격하게 확대ㆍ강화돼 보완책이 필요하다”면서 통제안 강행 방침을 시사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경찰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김 청장이 무력감을 자주 토로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위직 인사 번복 사태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은 김 청장을 더욱 코너로 내몰았다. 윤 대통령은 23일 2시간 만에 명단이 바뀐 경찰 치안감 인사를 겨냥해 “국기문란”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모든 분란의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청장 거취와 관련,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며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말 그대로 안팎의 압력이 고조되면서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치안정감, 치안감 인사만 놓고 보면 사실상 경찰청장 인사권은 박탈된 상태였다”면서 “언제 물러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고 했다. 자진 사퇴 형식을 빌린 ‘경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권고안은 경찰 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통제안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외청으로 분리시킨 1991년 경찰법 제정 취지를 거스른다고 거듭 비판한 셈이다. 김 청장은 원래 통제안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사퇴의 변(辯)을 준비했다가 막판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일단 김 청장의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으로 출국해 즉시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 청장이 사직서를 정식 제출하면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징계 심사 계류 여부 등을 확인해 수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김 청장의 사의 표명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