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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저 앞 집회 제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 집시법 개정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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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집회 또는 시위 자유를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에 비해 집회·시위로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단서조항은 과도하게 엄격하다. 법률이 경찰의 손발을 묶어놓고 현장에선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질타한다. 사실 법적으로 따지면 우리는 완벽하게 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로 귀향한지 28일로 50일을 맞는다. 지난달 10일 퇴임 후부터 시작된 각종 단체들의 고성과 욕설이 뒤섞인 시위로 평온하던 마을의 일상은 산산조각 났다. 참다못한 주민 56명은 경찰에 진정서를 냈고, 친문 의원들은 경찰이 직무를 유기한다며 관할서를 항의 방문했다.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집회를 시작했다.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2개 단체는 부당하다며 최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 전 대통령도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들어 집회를 주도한 단체 회원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사저 앞 집회시위를 둘러싸고 주최 측, 당사자, 지지자, 주민 모두 불만이 가득한 모양새다.
한상철 양산경찰서장은 지난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법률 안에서는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면서, 주최 측과 지지자들 간 충돌을 방지하고, 인근 주민도 보호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특히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집회 및 시위의 금지, 제한, 해산에 관한 단서조항이다. 집시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경찰은 집회·시위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지나면 금지를 통고할 수 없다. 다만, 집회·시위가 집단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는 48시간이 지나도 남은 기간 해당 집회·시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 서장은 “하루 종일 장송곡을 틀고 욕설을 내뱉으며 시끄럽게 하는데 왜 집회를 중단시키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자체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저 담을 넘거나 주민들에게 신체적 폭행을 가하는 등의 물리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집회 기간 중에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 해산 기준도 ‘교통 소통 등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경우’로 규정해 해석이나 적용이 애매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획일적인 소음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행법상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 주변은 주간 65㏈, 야간 60㏈을 넘을 수 없다. 1시간 동안 3회 이상 순간 최고소음이 85㏈을 초과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여러 단체가 한 곳에서 동시에 집회를 열면 누가 얼마만큼의 소음을 내는지 측정하기 어렵다. 그는 “중복소음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이를 악용해서 여러 단체가 일부러 한꺼번에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시위를 벌이는 경우도 많다”며 “소리를 낮추라고 할 수는 있지만 어겨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외국은 장소에 따라 평소 소음 수준을 적용해 유지명령을 내린다”며 “같은 주거지역이라도 시골과 대도시의 차이를 감안해 소음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지난 50일 동안 평산마을 집회에 가한 제재는 이달 초 집회 연장을 신청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벨라도(보수 유튜버), 구국총연맹 등 3개 단체에 집회 금지 통고를 내린 게 전부다. 이 가운데 2개 단체는 법원에 집회 금지 통고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 서장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집회가 사그라들 수도 있고,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면서 “평생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 듣고 살던 주민들이 소소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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