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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즉각 금지" vs "원정수술 권리 보장"... 쪼개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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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가 24일(현지시간) 49년 만에 뒤집히면서 미국 여성 수백만 명이 즉각 임신중지 권리를 제약받게 됐다.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州)에서 곧바로 임신중지를 불법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주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며 임신중지권 보호 조치에 나섰다. 미국이 '임신중지를 둘러싼 인권 전쟁'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25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소 9개 주에서 임신중지가 즉각 금지됐다. 앨라배마, 아칸소,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주리, 사우스다코타, 유타, 위스콘신주에선 임신중지 금지령이 발령됐다. 판결 전 미리 관련 법령을 만들어둬 판결과 동시에 임신중지권을 즉각 박탈하도록 하는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오클라호마주는 지난 5월 거의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주들은 대부분 강간,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을 제외하고는 임신중지 수술을 금지했다. 24일 연방대법원 판례 변경 직후 텍사스주의 한 병원에선 대기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약 20명의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전했다. 텍사스주는 임신중지 수술이 아직 금지되지 않았지만, 해당 병원이 연방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12개 주에서 추가로 임신중지 수술이 금지되거나 제한될 수 있으며, 일부 주 의원이 임신중지권 제한에 관심을 표명한 9개 주도 임신중지권 보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NYT는 분류했다.
바이든 정부는 연방대법원을 성토하며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여성들이 거주하는 주에서 임신중지약 복용과 임신중지 수술이 금지되면 다른 주로 이동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려고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임신중지권이 박탈된 공화당 우세 주 주민들이 민주당 우세 주로 ‘원정 수술’을 떠나도 처벌받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법원 판결에 이례적인 비판 성명을 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은 우리 직장 내에서, 또 전 세계적으로 이해할 만한 우려와 의문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무부는 산부인과 수술 지원을 도울 것이라는 점을 약속한다”며 “모든 국무부 직원들이 거주지에 상관없이 산부인과 수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주 정부들도 잇따라 임신중지권 보호를 위한 ‘피난처’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임신중지 수술을 하거나 도와준 사람, 수술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다른 주가 민사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 조치에 나선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고 전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도 주 경찰이 임신중지 수술을 받으러 워싱턴을 찾은 사람을 처벌할 목적으로 다른 주가 제기한 인도 요청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임신중지를 위한 원정 수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1일 자로 돌린 사내 공지에서 "합법적 임신중지"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집에서 먼 곳으로 여행할 필요가 있는 미국 내 직원들에게 관련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공지했다. 도이체방크, 씨티그룹, 월트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도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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