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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기시다, 양자회담 불발... 관계 개선 '속도 차이'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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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두 정상이 서서 간단히 대화하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담)' 형태도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여온 윤석열 정부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오는 29일 열기로 확정돼 4년 9개월 만에 깊이 있는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라면서도 "한일 정상회담 등 별도 양자회담 계획은 열릴 확률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식 회담도 개최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정부가 2020년 3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3개월간 막혔던 김포(서울)-하네다(도쿄) 정기노선 운항 재개 방침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키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22일 "한일 정상이 나토 회의 기간 중 최소 3번(나토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파트너 4개국 정상회담) 마주친다"면서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동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정식 회담까지는 아니어도 두 정상이 5분 정도 환담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24일 YTN 인터뷰에서 "나토 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자연스레 만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도 정상 간 만남에서 해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마주 앉은 것이 마지막이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 간 양자회담 불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는 29일 김포-하네다 노선이 재개되면 민간 교류가 재개된다"고 했다. 나토에서 양자회담은 진행되지 않지만, 정기 노선 재개 등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양국에선 다음 달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양자회담 추진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국내 여론을 의식해 한일 정상회담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일 정상회담에 나섰다가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식 회담도 성사되지 않는 배경에는 한일관계 개선 기대치에 대한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며 "(두 정상이) 만났을 때 언론에 대답할 게 없으면 안 하는 게 좋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원하는 답변은 '과거사 해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 속도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정권 간 간극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정치인과 언론인을 두루 만난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일본과 대화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한국의 스피드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를 풀기 위해 출범키로 한 민관합동기구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민관합동기구의 최우선 과제는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해법을 마련하는 것.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제철과 미쓰비씨중공업 등이 배상을 거부하면서 법원은 자산 매각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일본 기업들이 제기한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이르면 8월쯤 나올 수 있는 만큼 일본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대법원 판결로 일본 기업들의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확정된다면, 한일관계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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