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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격노에 '반발' 쑥 들어간 경찰… '인사 번복' 미스터리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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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그로기(groggyㆍ혼미)’ 상태다.”
경찰청 경정급 간부 A씨는 24일 경찰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경찰 책임론에 쐐기를 박자, 내부 전의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수뇌부도 침묵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충분히 설명됐다”면서 계속 저자세를 취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에서 촉발된 경란(警亂)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그저 경찰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로 이어지는 현행 하달식 시스템에서 경찰이 ‘인사 쿠데타’를 일으키는 건 불가능한 탓이다. 이에 감찰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윤 대통령 한마디에 정부가 경찰 지휘부, 정확히는 김 청장을 바꾸는 선에서 사태 봉합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미스터리는 역시 인사 번복의 전말이다. 대통령실 측 설명은 이렇다. 경찰이 대통령실ㆍ행안부를 ‘패싱’하고 자체 치안감 인사안을 21일 오후 7시쯤 발표하자, 오후 9시 34분 당초 대통령실ㆍ행안부가 합의한 인사안을 다시 발표하는 식으로 인사 쿠데타를 제압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1차 인사안이 지난주 경찰청이 행안부에 보낸 인사안과 같아야 한다. 그런데 전날 김 청장을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B의원은 통화에서 “김 청장이 ‘1차 안은 우리가 올린 안과 달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행안부에 경찰이 자체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해버렸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설득력을 잃는다.
경찰 안팎에선 애초에 경찰 스스로 고위직 인사를 하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고위직 인사는 ‘경찰 인사안 마련→행안부 제출→행안부ㆍ대통령실 협의→최종 인사안 마련→경찰 하달 및 발표’ 식으로 진행된다. 경찰의 독단이 끼어들 공간이 없다. 더구나 새 정부 들어 경찰청장 인사추천권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24일 단행된 치안정감 승진 인사 때도 그랬다. 전날 오후 김 청장은 행안부로부터 승진 대상자 5명 명단을 전달받았으나, 정작 이튿날 발표에서는 이 중 한 명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밤새 인사 조정이 이뤄진 건데, 김 청장은 발표 직전에서야 통보받았다.
한 총경급 인사는 “치안정감ㆍ치안감 인사 모두 정부가 주도하는 차원의 그립이 강해졌고, 경찰청장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고는 경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의혹을 해소하려면 진상조사, 감찰 등 후속 조치가 수반돼야 하지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경찰 쪽에서 먼저 자체 조사가 있어야 한다”(대통령실), “사건 관련 핵심 관계자가 행안부 소속이라 감찰은 어렵다”(경찰청) 등 서로 공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내달 23일 임기를 마치는 김 청장에게 책임을 물어 조기 교체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르면 주말쯤 차기 청장을 내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임자를 빨리 지명해 김 청장 스스로 거취를 정하게 하려는 노림수다. 윤 대통령도 이날 김 청장 거취와 관련, “이제 한 달 남았는데 그게 뭐 중요하냐”면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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