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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도 감기 치료처럼"…20대 환자 5년 새 127%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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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사는 50대 직장인 A씨에게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온 건 몇 달 전이다. 회사 임원의 폭언과 과도한 업무지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여겼고, 의학적 치료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직장 후배로부터 정신의학과 진료를 추천받았지만 썩 내키진 않았다. '낙인 효과' 때문에 장년층에겐 아직도 정신의학과 치료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가 심해지자 용기를 내 정신의학과 문을 두드린 A씨는 두 가지에 크게 놀랐다. 예약이 꽉 차 2주가량 기다려야 했고, 환자가 비교적 적은 평일에 휴가를 내고서야 간신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젊은 환자들이 대기실에 가득해 또 한번 놀랐다. A씨에게 진료를 권한 직장 후배도 20대였다. A씨는 "20대들은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가듯 우울증이나 수면장애도 당연히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처럼 우울증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 5명 중 1명은 20대일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와 취업난, 여기에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며 겪는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겹치며 좌절감을 느끼는 20대가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우울증을 앓는 20대 환자 수는 5년 동안 127%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전체 우울증·불안장애 환자가 30% 이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더 정신과를 많이 찾는다는 걸 알 수 있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2021년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환자 수는 93만3,481명으로 2017년(69만1,164명)보다 35.1% 증가(연평균 7.8%)했다. 불안장애 환자 수는 2021년 86만5,108명으로 2017년(65만3,694명)보다 32.3%(연평균 7.3%) 늘었다.
환자 증가 폭이 가장 큰 연령은 20대였다.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보다 127.1% 폭증했다. 10대가 90.2%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 불안장애 환자도 86.8% 증가하며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10대는 78.5%였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대 비중이 가장 컸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2017년에는 60대가 18.7%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엔 20대가 19%로 가장 많았다. 불안장애는 2017년 50대 환자가 전체의 20.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60대가 18.5%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 여성이 남성의 2배 정도 더 많았다. 지난해 성별 우울증 환자 수는 여성이 63만334명으로 남성(30만3,147명)의 2.1배였다. 불안장애 역시 지난해 여성이 53만3,435명으로 남성(33만1,672명)의 1.6배였다.
진료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의 연간 총진료비는 5,271억 원으로 2017년(3,038억 원)보다 73.5% 증가했다. 불안장애 환자의 경우 지난해 2,809억 원으로 2017년(1,531억 원)보다 83.5%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각각 28.5%, 38.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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