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톰과 재범

입력
2022.06.24 18:0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영화 '탑건: 매버릭'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6년 만에 파일럿으로 돌아온 배우 톰 크루즈가 20일 영화 ‘탑건: 매버릭’ 개봉 기념 방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중년 팬들을 향해 “영화를 보면서 울어도 괜찮다”는 가슴 찡한 당부를 남겼다. 1986년 ‘탑건’ 이후 속편을 기다려온 중년 팬들은 예매율로 화답했다. 한 영화관이 개봉일인 22일 예매율을 연령대별로 집계해보니 40대가 가장 많았다. 탑건에서 매사에 제멋대로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일럿을 연기한 이후 톰은 열정에 매력까지 넘치는 청년의 상징으로 1990년대 극장가를 압도하며 당시 청춘들의 기억에 영원한 형과 오빠로 각인됐다.

□ 40대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고해’를 빼놓을 수 없다. 젊은 시절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란 절절한 가사에 온 마음을 담아 열창했던 남성들이 수두룩했지만, 워낙 상당한 가창력이 필요한 곡이라 여성들에겐 고해가 기피곡 1순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특유의 포효하는 창법으로 90년대 청춘의 마음을 홀렸던 가수 임재범이 돌아왔다. 7년의 공백을 깨고 새 노래 ‘위로’를 내놓은 그를 팬들은 “범 내려온다”며 환영했다. 62년생 범띠인 임재범은 음원 발매 전 청음회에서 “범인지 고양인지 잘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톰의 영화에 열광하고 재범의 노래를 열창하며 청춘을 보낸 90년대 학번, 70년대생은 그 시절 X세대라 불렸다. 민주화를 외쳤던 선배들 눈에 X세대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서태지와아이들엔 집단으로 열광하면서도, 배꼽티와 '블리치' 염색으로 각자의 개성을 주저 없이 드러냈다. 다이얼식 유선전화부터 삐삐, 시티폰, 아령만 한 휴대폰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통신기기를 체험하며 변화에 물 흐르듯 적응했고, 세상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 97세대가 어느덧 중년이다. 기업에선 이미 X세대 임원 비율이 늘고 있고, 86용퇴론이 한바탕 쓸고 간 정치권에서도 X세대 ‘뉴 페이스’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우리 사회는 공동체와 개인을 아우르는 시각으로 첨예한 문제들을 풀어가며 물 흐르듯 세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리더십에 목말라 있다. 돌아온 톰의 영화와 재범의 노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97세대 리더들도 그러길 바란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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