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지휘부 9명 일괄 사의... 유족 "당시 책임자 2명 추가 사임해야"

입력
2022.06.24 13:30
수정
2022.06.30 17: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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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훈 청장, 지휘관 화상회의서 표명
청장 포함 치안정감 2명과 치안감 6명
"새 지휘부 구성이 답이란 결론 얻어"
"지휘부 공백 감안 전원 수리 어려울 듯"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한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는 도중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뉴스1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방문한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는 도중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뉴스1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발표를 1년 9개월 만에 뒤집어 비판을 받았던 해양경찰청 지휘부 9명이 24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서장급 이상 지휘관 화상회의에서 "청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청장은 "최근 우리 조직에 닥쳐온 위기 앞에서 부족하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경 가족 여러분 부디 새로운 지휘부와 함께 마음을 모으고 단결해 위기를 극복하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건강하고 튼튼한 조직을 만들어 주길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치안정감이자 해경 조직의 2인자인 서승진 해경 차장과 김병로 중부지방해경청장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치안감인 김용진 기획조정관, 이명준 경비국장, 김성종 수사국장, 김종욱 서해청장, 윤성현 남해청장, 강성기 동해청장도 사의 표명 행렬에 동참했다.

해경 간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대준씨 사건 수사결과 번복을 둘러싸고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세월호 참사로 인한 해경 해체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조직 안팎의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정봉훈 청장은 지난 22일 "해경의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국민과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16일 수사결과 발표 이후 '해경이 법적 판단을 바꾸었거나 말바꾸기를 한 것 아니냐'라는 국민적 의혹이 있었지만 사건 초기 해경은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국방부 입장과 자체 확인한 정보에 따라 월북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이후 수사 과정에서) 군사기밀보호법 등 법적 제약과 국방부 거부로 월북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 청장은 "월북 혐의에 대한 형사소송법상 증거 확보가 불가한 점,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의 소송 실익을 종합해 사건을 종결했다"며 "많은 혼선을 일으키고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것에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해경 간부들이 이날 일괄 사의 표명을 했지만, 전원 수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경의 한 간부는 "해경법 시행으로 해경청장은 내부 승진을 통해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일괄 사의가 수용될 경우 3계급 승진을 시켜야 하는 등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대준씨 유족은 이날 정 청장 등의 사의 표명 이후 옥현진 전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장(현 해경청 외사과장) 등 당시 사건 책임자인 총경 2명의 사임도 촉구했다.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는 "28일 윤성현 청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등 4명을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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