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 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100억 명이 '백세장수'하는 1조세 시대
글로벌 5경2,000조 시장 장악한 이스라엘
우리도 서둘러 '생명과학 입국' 선언해야
원유 한 방울 생산되지 않는 나라에서 '중화학 입국'을 선언한 것이 50년 전이다. 그리고 백색전화(개인이 소유하는 전화) 한 대 값이 아파트 한 채와 맞먹었던 40년 전에 감히 '정보통신산업 입국'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당시 정부기관이었던 체신부(정보통신부)에서 통신 분야를 국영기업(한국전기통신공사)으로 분리하여 독점사업을 경쟁체제로 바꾸고, 2002년 100% 민영화하여 지금의 KT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사이 우리의 ICT산업은 세계 최고의 정보고속도로를 활용하여 4조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ICT시장의 8%를 차지하며 우리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연평균 무역흑자는 75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같은 기간 ICT산업에서만 매년 이룩한 무역흑자 평균이 국가 전체 흑자의 두 배인 1,500억 달러에 달한다. ICT산업에서 수출과 수입이 같았다면 우리의 무역수지는 750억 달러 적자인 셈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ICT산업이 메모리반도체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전 영역에서 우리와 같거나 앞서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작년 9월부터는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급기야 중국에 양보하고 말았다. 모든 산업의 비타민 역할을 하는 AI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에너지의 98%, 식량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규모가 1,300억 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고 곡물가격이 오르자마자 올해 우리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를 지켜온 두 핵심 산업(중화학·정보통신)은 고목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생명과학 입국이다. 전 세계 200여 나라의 GDP를 모두 합하면 88조 달러에 이른다. 2050년 세계인구 100억 명이 100세를 사는 1조세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보건·제약·식품을 망라한 생명과학 산업의 규모는 전체 GDP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2018년 세계경제포럼은 이미 '생명과학시대'(Biological Century)를 선언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경상도 면적에 불과하지만 세계 2위 농업수출국이다. 파프리카 씨앗 1g의 가격이 금 2g이다. 이스라엘의 KAIST 격인 테크니온대학은 의대, 약대를 거느리고 있으나 단 한 명도 의사나 약사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100% 의과학자로 육성한다. 따라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비해 의과대학 수가 30배나 많아도, 세계 생명과학 창업은 테크니온이 장악하고 있다.
이제 물을 더 많이 주고 생산량을 늘리는 농업은 한물갔다. 단 25%의 물로 오히려 생산량을 두 배나 늘리는 기술로 바뀌고 있다. 소고기 1톤을 생산하는 데 3년에 걸쳐 1만5,000톤의 물이 소요된다. 그러나 배양육은 불과 3개월 만에 150톤의 물로 가능하다. 이미 이스라엘에서는 지구의 환경을 고려한 농업혁신이 대세다. 우리가 농업보조금 정책으로 민심을 달래는 동안 그들은 농토의 면적과 기후, 토질에 구애 받지 않는 생명과학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최고 엘리트들을 의대·약대에 진학시켰으나, 98%가 졸업 후 의사·약사에 매달리고 있다. 이제 현재의 입학 정원에 30%의 추가 정원을 더해 의과학에 매진하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이세돌을 앞서듯이 경험 많은 농사꾼을 앞서게 하는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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