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일하는 우리 회사가 노동청엔 5인 미만 소기업?

입력
2022.06.23 16:24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2주년
130개 사업장 분석... 직원 미등록·법인쪼개기 횡행
"사업장 규모 관계없이 근로기준법 적용돼야"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동고발 신규 참여자들이 공동고발장을 들고 하은성(오른쪽)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상임노무사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 매출액 4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에서 1년 반 정도 일한 조태성씨는 최근 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회사는 상시 근로자가 20~40명이지만, 직원들의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회사 이름이 조금씩 달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해 회사를 쪼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던 것이다. 조씨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연차·실업수당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근로계약서를 쓴 사람도 없었다.

이처럼 법인을 쪼개거나 근로자를 실제보다 적게 등록하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등 피해를 입고 있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종, 규모 가리지 않는 위장 사업장 만들기

권리찾기유니온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0곳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사례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 단체는 2020년 6월부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130곳을 찾아내 고발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공휴일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권리찾기유니온에 따르면 고발한 130곳 중 125곳이 실제 근로자는 5인 이상인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업종은 학원(교육서비스업)부터 도·소매업, 건설업 등 12개 산업으로 다양했고, 기업 규모도 천차만별이었다.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상임노무사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30인 이상 기업이 19개(15.2%)에 달했고, 업계 1,2위를 다투는 유력기업도 있었다"며 "심지어 1,000명 넘게 일하는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2주년 기자회견에서 권리찾기유니온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이들 '가짜 사업장'들은 법인을 쪼개거나, 직원을 미등록하는 형태였는데, 최근엔 일부러 직원을 등록하지 않는 방식이 늘고 있다. 최대 4명의 직원만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게 해 개인사업자로 위장하거나 서류에서 누락하는 식이다.

직원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은 218명 중 90명(41.3%)이었고, 주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하는 경우도 54건(24.8%)에 달했다. 해고당하는 경우 역시 80건(36.7%)에 달하는 등 고용상태도 불안정했다.

권리찾기유니온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기업들의 꼼수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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