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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로 체력 떨어지면 나타나는 이 질환…

입력
2022.06.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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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걸리면 30% 정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 겪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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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조심해야 하는 질병이 바로 대상포진(帶狀疱疹)이다. 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의 통증 강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피부에 살짝 스쳐도 끔찍할 정도의 통증이 나타난다. 또 매우 작은 자극에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을 느끼기도 하고, 극심한 돌발통으로 통증이 지속될 때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환자도 있다.

게다가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 나타나는데 ‘대상포진 후 신경통’ 때문이다. 대상포진 치료 후에 발생하는 만성 통증으로, 피부 발진이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난 후에도 통증이 남아 있는 경우를 말한다. 고령일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신경 치료를 받거나 신경 절단을 고려하기도 한다.

박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 환자 60세 이상에서 20~50%는 6개월 이후, 70세 이상은 50% 이상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경험한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여성에게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수두 바이러스가 주원인… 면역력 떨어지면 다시 발생

대상포진은 ‘띠 모양(帶狀) 발진’이라는 뜻이다. 과거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 한 사람에서 수두ㆍ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감각 신경절로 이동해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일수록 많이 나타나며, 여성도 발병률이 높은데 특히 폐경기 여성에서 두드러진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영양실조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도 위험군이다. 장기이식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이식 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이다. 위암ㆍ폐암ㆍ혈액암 등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증상은 수포ㆍ통증이다. 처음엔 몸살ㆍ근육통ㆍ피로감 등을 호소하고 이후 신경을 따라 통증이 띠를 두른 듯 발생하다가 그 자리에 수포가 올라오기도 한다.

특히 수포가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흉부 신경절 부위, 즉 가슴이나 몸통 부위다. 눈썹 위 이마와 두피 등의 안면 부위에 수포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상포진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다. 피부 발진 발생 후 72시간, 3일 이내 투여한다. 빨리 치료할수록 신경통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항바이러스 치료로 피부 병변과 염증이 완화된다. 피부 발진은 2~3주, 통증은 1~3개월 내에 회복된다.

◇대상포진 후 만성 통증… 고령 등 고위험군 주의해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수포가 사라졌음에도 통증을 계속 느끼는 경우다.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30일에서 6개월 후까지 통증이 지속한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불면증ㆍ식욕부진ㆍ만성 피로 같은 신체적 문제는 물론 우울증ㆍ집중력 저하 같은 정신적 문제로 일으킨다.

박정현 교수는 “대상포진은 1,000명 당 2~10명 정도 발생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경우는 이들 환자의 10~30% 정도”라며 “그러나 경미한 증상까지 포함한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환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주요 위험 인자는 나이(고령)다. 이 밖에 △눈을 침범함 안(眼) 대상포진 △피부 병변 이전에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여성 △통증ㆍ피부 발진ㆍ흉터ㆍ감각 소실 등 급성 대상포진의 증상이 심할 경우다.

대상포진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투여해 수두 바이러스의 활성화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인데 비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활성화된 바이러스가 이미 손상시킨 신경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는 환자 통증 부위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약물 치료에는 항경련제ㆍ항우울제ㆍ진통제ㆍ국소마취제가 들어간 패치 등을 사용한다.

시술은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신경 차단술과 손상된 신경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통증을 심하게 하면 신경을 차단하고, 치료 효과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박동성 고주파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줄이려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도록 한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대상포진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방접종 환자는 대상포진이 비교적 약하게 지나가고 합병증도 적게 나타난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했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확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다만 예방접종 후 5년 정도 지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지기에 고위험군은 다시 접종하는 게 좋다.

박정현 교수는 “만성 통증 환자의 60%는 불면증, 3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라는 곳에 만성 통증이 지속적으로 전해지면 나쁜 감정으로 인식해 스트레스ㆍ우울ㆍ근심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항우울제 자체가 신경 손상을 막을 순 없지만 신경통 완화와 만성 통증과 관련된 우울ㆍ불안ㆍ불면에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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