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이대준씨 월북 7가지 근거 모두 미흡" 실토

입력
2022.06.22 18:39
수정
2022.06.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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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TF 위원장 "감청 자료 일부만 보고 결론"
7가지 월북 근거 신뢰도 추락..."수사 아닌 조작"
해경청장 "많은 오해 불러일으켜 진심으로 사과"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 위원장이 22일 인천 송도 해양경찰청에서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 위원장이 22일 인천 송도 해양경찰청에서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국민의힘은 22일 해양경찰청이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자진월북'을 판단한 근거가 모두 미흡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이날 인천 송도 해경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해경이 발표한 내용 7가지 이슈는 모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해경의 수사는 부실수사이지만 조작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해경이 1년9개월 전, 이씨가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건너가려 했다는 근거로 삼았던 △특수정보(SI) 감청 자료 △구명조끼 △슬리퍼 △부유물 △바다 조류 △도박 빚 △정신적 공황 등 7가지의 증거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이날 3시간가량 청취한 해경의 답변을 토대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당시 월북 판단의 '결정적 근거'였던 감청 자료를 전부 확인하지 않은 채 수사 결론을 내놨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해경은 감청 자료 전체를 보여달라고 국방부에 여러 번 요청했으나 군이 거부해서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요약문만 확인했는데, 요약문만 확인하고 수사 결론을 내는 것은 원칙이 아니어서 월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해수부 공무원의 것으로 지목됐던 슬리퍼와 구명조끼도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슬리퍼에서) 여러 사람의 DNA가 검출돼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구명조끼도 "똑같은 조끼가 다른 장소에서 발견돼 분실된 조끼가 해수부 공무원의 것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스스로 슬리퍼를 벗고 뛰어내렸고, 해당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그가 월북 의사가 있다고 봤다. 이씨가 미리 준비한 것으로 판단했던 부유물도 "배 안의 것인지, 바다에 떠 있는 부유물인지 특정할 수 없어 월북 판단의 증거로 보기 어려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도박 빚에 대해서는 당초 2억6,800만 원이 있다고 봤는데, 이는 회생 신청 당시 총액이고 실제 도박 빚은 이 금액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추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신적 공황상태에 대해서도 "전문가 7명 중 6명은 월북에 정신적 동기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며 "다른 한 전문가가 '월북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냈다가 다시 '판단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는데, 이런 전문가 의견을 취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을 시도했다는 당시 해경 판단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조류에 대해서도 해경은 2년 전 본인의 자력 의지가 아니면 북으로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하 위원장은 "표류 방향은 물에 떨어진 시간, 수영 능력, 수영 속도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한 가지 시나리오만 특정해서 발표한 것은 오류였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국민의힘 TF 위원들을 만난 뒤 청사 로비로 나와 "수사 결과 발표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국민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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