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 발표를 하면서 2시간여 만에 7명의 보직을 바꿔 다시 발표하는 초유의 인사 사고가 발생했다. 새 발령지로 부임하기 위해 짐까지 쌌던 치안감이 다시 짐을 푸는 촌극도 펼쳐졌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황당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경찰청은 21일 7시 14분 28명의 치안감 인사를 단행하고 언론에 알렸으나 2시간 15분 뒤인 9시 30분께 이 중 7명의 보직을 정정하는 새 인사안을 발표했다. 당초 “행정안전부의 관여는 없었다”던 경찰청이 “행안부가 잘못 보냈다”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결국 행안부에 파견된 경찰 간부가 대통령 결재도 받지 않은 잘못된 인사안을 전달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정확한 보고가 생명인 공무원, 경찰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단순 해프닝이라는 설명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31년 만에 ‘경찰국’ 신설을 권고하는 등 경찰 통제안을 공개했다. 경찰 내부에서 이번 사태를 ‘경찰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 터무니없다고 보기 어렵다. 특정 지역 특혜 인사 의혹도 불거졌다. 강원 출신 치안감들이 이번 인사에서 요직을 차지했는데, 같은 지역 출신인 '윤핵관'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행여 인사 번복 사태가 이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달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따로 만나 면담하는 등 정부가 ‘공룡경찰’ 견제를 명분으로 경찰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벌어진 ‘오락가락 치안감 인사’ 사고가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시행령 제정을 통한 경찰 통제 시도 대신 유명무실했던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경청하기 바란다. 경찰에 대한 정치적 장악 의혹에 불을 지피는 새 정부의 속도전식 행보가 몹시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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