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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은 부재중, 괜찮나?

입력
2022.06.23 04:30
26면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마친 뒤 대검 청사를 떠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마친 뒤 대검 청사를 떠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검찰총장은 참 고달픈 자리다. 2,300명 정도의 검사들을 이끌면서, 언제나 ‘개혁대상 1순위’로 눈총 받는 조직을 대표해야 하니 말이다. “일선 검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버팀목과 바람막이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대부분 시작하지만, 누군가는 “차라리 내 목을 쳐라”며 자리를 던져야 했고, 다른 누구는 “송구스럽다”는 말만 남긴 채 물러나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엔 2년의 임기를 채운 이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총장 취임식 이후엔 으레 “이번엔 임기를 지킬 수 있을까” 물어봐 주는 게 예의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해석은 각자 다르겠지만,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던 전직 총장의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애처로웠다’. “쉽지 않을 것”이란 스스로의 말처럼 대검찰청 8층 집무실에서의 1년 남짓 시간은 힘겨워보였다. “총장직을 견딜 수 있는 깜냥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논란에 “내부를 다독이고 외부(국회)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지만, 그 역시 검찰 조직에서 수십 년 살아남으며 내공을 길러왔던 사람 아닌가. 대통령의 부름에 던진 사표를 철회하고, 두 번째 사표 이후엔 주차장으로 도망치듯 떠나던 뒷모습을 보면서, 난 그의 ‘못남’보단 ‘총장직의 무게’를 더 실감했다.

그가 물러난 지 어느덧 한 달 하고 보름이 지났다. 한상대 총장 이후 125일, 김수남 총장 이후 89일에 비하면 짧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총장 임명을 위한 추천위원회 구성의 움직임조차 없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추천위 제도가 정착한 게 2011년인데, 그간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 가장 오래 걸렸을 때가 김수남 총장으로 30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검찰총장 공석에도 과천(법무부)과 서초동(대검찰청)에선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궁금증과 추측, 지적과 우려가 난무한다. “당장의 현안이 아니다”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을 뿐이다.

당장 검사장 인사에, 주요 수사팀 지휘부가 바뀌는 간부 인사에, 이들을 대표하고 지휘해야 할 총장이 ‘패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장관과 법무부 입장에도, 총장의 자리가 이미 ‘바지 총장’ ‘허수아비 총장’으로 굳어져 간다는 우려도 끊이질 않는다.

물론 총장 없이도 조직이 잘 굴러가고 있지 않냐는 반론이 등장한다. 족히 두 달 이상은 소요될 임명 절차를 생각하면, 당장 해야 할 일이 먼저라는 현실론도 힘을 얻는다. 실제 직무를 대행하는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찰 주요 보직이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진 상태이니, 소통과 관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박도 들린다.

그렇다고 “검찰을 사랑한다”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장의 자리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진 않는다. 더불어 안성맞춤이라 생각되는 누군가를 앉히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 한다면, 더더욱 ‘장고 끝에 악수’라는 우려를 전하고 싶다. 순리를 따르는 수(手)가 가장 강력한 바둑일 때가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남상욱 사회부 차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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