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금니'로 돌아온 독립영웅... 콩고 식민 비극 청산 첫발

입력
2022.06.23 04:30
벨기에 맞서 독립운동 주도
초대 총리 취임 후 6개월 만에 암살
벨기에에 있던 유일 유해 송환

콩고민주공화국의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의 유족이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그의 유해 반환식에서 관 앞에 서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벨기에의 식민 지배에 맞서 조국을 독립으로 이끈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초대 총리 파트리스 루뭄바(1925~1961)의 유해인 금니가 약 60년 만에 고국 품에 안긴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수도 브뤼셀 에그몬트궁에서 유해 반환식을 열고 루뭄바의 금니를 유족에게 돌려줬다. 고국으로 귀환한 금니는 민주콩고의 62주년 독립기념일인 오는 30일 수도 킨샤사의 추모 공간에 안치될 예정이다.

루뭄바 민주콩고 초대 총리. 게티이미지뱅크

민주콩고는 75년간 벨기에의 잔혹한 식민 통치를 받았다. 특히 19세기 후반 벨기에의 왕 레오폴드 2세가 민주콩고를 다스렸던 1885년부터 23년 동안 약1,000만 명의 주민이 살육과 기근,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고무 채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원주민의 손목을 자르는 등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레오폴드 2세가 '콩고의 학살자'라는 악명을 얻은 것도 이때다.

젊은 지도자 루뭄바가 반식민 투쟁을 주도해 독립을 쟁취한 1960년이 돼서야 벨기에 식민 지배에 마침표가 찍혔다. 그가 민주콩고에서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유다.

루뭄바의 유해 반환식이 열린 다음날인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한 남성이 루뭄바의 사진을 들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총리 취임 6개월여 만에 암살되었다. 그를 쏜 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였지만 배후에는 외세가 있었다. 민주콩고의 막대한 천연자원을 잃을 수 없었던 벨기에가 내란 세력의 뒤를 봐줬다는 게 후일 드러났다.

그는 죽어서도 고향 땅에 편안히 눕지 못했다. 그의 묘지가 순례지가 될 것을 두려워한 벨기에 측이 그의 묘지를 없애고 사체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특히 범행에 가담한 전직 벨기에 경찰이 그의 금니를 전리품으로 챙겨 벨기에로 가지고 가면서, 그의 유일한 유해인 금니는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 있어야 했다.

금니가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뜻밖의 곳에서 마련됐다. 2020년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열기가 높아지자, 대서양 너머 벨기에에서도 식민 역사를 반성하자는 운동이 이어졌다. 당시 벨기에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을 쓰러뜨렸다. 콩고인들은 콩고 주재 벨기에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며 유해 반환을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루뭄바의 유해 송환으로 양국 간 식민지배 역사 청산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도 나온다. 벨기에 정부는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를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벨기에가 최근에야 역사적 청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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