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쏜 날,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소집 맞불

입력
2022.06.22 11:57
수정
2022.06.22 16:35
구독

1년 만에 개최한 3가지 이유
①핵·미사일 도발 마이웨이
②코로나19 방역 성과 강조
③한미 압박 맞불, 대화 무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21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당의 군사노선과 주요 국방정책 관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21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당의 군사노선과 주요 국방정책 관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21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다. 당 중앙군사위는 북한의 무력강화와 군수산업 발전 등 국방분야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남측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당일 그간의 국방 발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군사노선을 관철하는 회의를 개최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특히 7차 핵실험 준비를 상당 부분 끝낸 상태에서 고조되는 한미 대북 압박 공조에 맞서 각을 세우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성격이 짙다. 당장 핵실험을 강행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한국의 잇단 대화 제의를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의지가 그대로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소집 및 김 위원장의 회의 참석 소식을 전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6월 2차 확대회의 이후 1년 만에 열렸다. 통신은 이날 "상정된 의제들에 대한 토의사업을 시작했다"는 표현을 써, 회의가 최소 이틀 이상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이 회의는 늘 당일치기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 2주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미사일 도발 마이웨이

이번 회의 개최로, 일단 핵·미사일 도발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재확인됐다. 통신이 "2022년 상반년도 국가방위사업 전반을 총화(결산)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초부터 쏟아부은 극초음속미사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시험발사 성과를 한꺼번에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회의가 누리호 발사 당일 개최된 점에 비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준비 상황에 대한 보고와 함께 올해 정찰위성 발사 계획도 확정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핵과 관련한 직·간접적 메시지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는 마쳤고, 사실상 김 위원장의 결정만 남겨둔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같은 회의를 연 뒤 9일 만에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핵실험과 관련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언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부터 북한은 장마철이 시작돼 핵실험에 불리한 여건이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 핵실험 관련 특이 언급이나 동향이 없었던 상황에서 군사위 차원에서 기조를 급선회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급작스러운 핵실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0' 향해가는 신규 발열자, 방역 완성 선언?

21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1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기조를 강조하는 대내적 목적도 있을 공산이 크다. 북한은 그간 여러 계기를 통해 비상태세 수위를 높이며 방역의 주축인 군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도 군의 헌신을 치켜세우면서 군심 다독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방역 위기 상황을 잘 관리했다는 점을 부각해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최근 북한이 발표하는 신규 발열자가 1만 명대로 줄어들면서 이 같은 추세면 조만간 '위기 극복'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을 제외하고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중앙위 전원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의 역시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한미 압박엔 강경, 대화 제의는 무시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미 일정 등을 계기로 뚜렷해진 한미 압박 공조에 북한이 맞서는 의미도 있다. 한미는 최근 대북 독자제재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조만간 공개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제재 및 확장억제 차원에서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공군은 원점 타격 등이 포함된 공중종합훈련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을 5년 만에 공개 실시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대응 태세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달 중앙위 전원회의 때 언급한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투쟁" 등 강도 높은 대남 메시지가 재차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들끓고 있지만, 이번 회의를 앞세워 남측 상황은 무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북한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미국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통일부 고위당국자가 전날 피격 사건과 관련해 "내부 진상규명으로 부족할 경우 북한에 협조를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통일부는 권영세 장관이 전면에서 리선권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 역시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패싱'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할 전망이다.

정준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