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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가 깨우쳐 준 명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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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수고와 노력의 큰 결실로 누리호가 우주항공의 새 시대를 열었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성과를 보면서 다른 분야에서의 귀감으로도 삼게 된다. 먼저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인내하며 이룬 성과라는 점이 눈에 띈다. 우방국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기술 지원이 불가한 현실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30년을 일궈 온 인내의 결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는 발사체 개발에 참여한 국내 업체가 엔진기술에만 150여 개에 달했다는 점이다. 협업과정에서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업체가 참여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하나의 목표를 이루려고 우리 기업들이 총체적으로 협력해 통합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 번째로는 디테일의 승리이다. 최첨단 과학으로 통하는 우주항공사업에서 세부기술은 수십만 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결함이 생기면 우주선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섬세한 디테일을 요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우주산업이라는 미래지향적 비전사업의 결실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했던 ①30년이라는 긴 시간 ②150개 이상의 전문 협업체계 ③수십만 가지 이상의 디테일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바로 다양하고 입체적인 요소가 유기적으로 잘 일구어졌을 때에만 그 결실이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우주항공사업국가로 발돋움했다는 점과 더불어 모든 분야에서 그만큼 수준의 글로벌 선도국가로 성장했음을 세계 속에 공인한 상징적 결실이다.
이와 같은 위대한 성과를 우리 주변의 삶과 문화에 적용해 본다면 '우린 얼마나 섬세한 일상과 인내심을 갖고 협력적으로 상황을 대하고 있나'라고 묻게 된다. 좋은 제품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제품이다. 명품의 가치는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비용과 수고와 정성적 가치 그리고 명인의 재능이 결합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는 삶의 공간과 질을 이와 같은 명품의 가치로 이끌어 가고 있을까?
최근 만난 중견 건축가 한 분에게서 하소연을 들었다. 요즘 지어지는 건축물, 특히 공공 건축물에서 특이한 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줄눈을 맞추지 않는 시공을 한다'는 말이었다. 줄눈이란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사이 간격에 생겨나는 줄을 말한다. 건축가들은 재료의 사이즈를 계산해서 바닥 패턴과 벽 패턴이 정갈하게 일치하도록 시공 도면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느 누구도 이런 도면을 제공하지 않고 있고, 시공자들도 당연한 듯 마감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중견 건축가가 친절히 도면을 그려 보내줘도 무시당하고 맘대로 지어지는 현상을 본다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줄눈이 삐뚤어졌다는 말은 단추를 어긋나게 채우고 미팅에 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렇듯 디테일은 사용자의 공간에 대한 인상과 연결된다. 디테일 없는 건축공간은 그저 그런 기능공간으로 아무런 느낌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 우리 생활 속 대부분의 공간이 이런 식으로 방치되듯 헐벗겨져 있다.
누리호가 입증해준 가치를 삶의 옆자리로 옮겨 올 때가 되었다. 삶의 디테일이 살아나야 한다. 그것을 위해 내 삶의 주변부터 인내와 합력과 디테일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도록 관심을 갖자. 우린 명품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 결실은 단절이 아닌 지속, 정쟁이 아닌 합력, 결과 중심이 아닌 프로세스와 디테일에서 이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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