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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 황토가 품어 키운 무안 양파... 대만·싱가포르까지 수출길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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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가 품은 무안 양파는 없어서 못 판당께. 과일처럼 단맛이 난당께라."
서해안고속도로 전남 무안IC를 빠져 나와 차량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서해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20일 바다를 끼고 있는 무안군 현경면 일대에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붉은 빛 황토밭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력이 뛰어나 우수 농작물만 키운다는 황토밭에선 60, 70대 늙은 아낙들이 주먹만 한 양파를 캐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남순자(67)씨는 "무안 양파 수확은 지금이 막바지"라며 "이번 주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수확하러 왔다"고 말했다.
무안은 전국 최대 양파 주산지다. 양파 가격이 급등한 올해도 무안 양파의 인기는 여전하다. 김옥길 전남 서남부채소농협 전무는 "올해 1, 2월 한파가 지속되고 5월 양파가 본격적으로 자랄 시기에 가뭄까지 겹쳐 수확량이 감소했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면서 "인건비와 자재비가 올라 농민들 주머니 사정은 안 좋지만 무안 양파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무안 양파는 1㎏에 1,479원에 거래됐다. 2020년 742원, 2021년 751원과 비교하면 올해 가격은 두 배 정도 오른 셈이다.
무안 양파의 인기 비결은 황토밭에 있다. 사질 및 점토질 토양에서 자란 무안 양파는 게르마늄 성분이 다른 지역 양파보다 최대 5배가량 많다. 칼슘과 철,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비타민 B1 등 다량의 무기질도 함유하고 있다. 겨울이 온난하고 강수량도 연간 1,300mm로 양파 생육에 최적이라는 게 무안군의 설명이다.
무안 양파의 명성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지난해 수출량만 1만 톤으로 72억여 원(약 560만 달러)을 벌어들였다. 대만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 수출길까지 뚫었다. 무안군 관계자는 "싱가포르 식당과 가공업체에 수출된 무안 양파는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중국산보다 30~40%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무안 양파의 뛰어난 상품성에도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무안의 양파 재배면적은 전국의 11.5%인 2,037ha로 14만9,108톤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2016년 3,245ha에 19만4,700톤을 생산했던 것과 비교하면 6년 사이 재배면적이 30% 이상 줄었다. 재배면적 감소는 인건비 등 생산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양파 가격은 변동성이 큰데, 최근엔 생산비가 꾸준히 올라 재배 농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안군도 대책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내년까지 44억 원을 투입해 양파 재배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4월 해제면 일대에서 농기계 8대를 투입해 시연회를 개최했다.
무안군은 가공식품을 다양화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양파는 매운맛과 단맛을 함께 가진 채소다. 양파를 가열하면 일부가 프로필메르캅탄을 형성하는데 이 성분이 설탕의 50배 이상 단맛을 내게 한다. 양파김치와 양파장아찌, 양파피클은 물론 음료와 잼, 식초즙 등 활용 범위가 넓다.
특히 무안군에서 자신 있게 내놓는 제품은 자색 양파즙이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자색 양파즙은 제조기술 특허까지 받은 상태로, 꾸준한 매출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SPC그룹과 무안 양파 농가 간 상생협약이 체결됐고, 무안 양파빵 4종을 출시해 600만 개 이상을 판매했다. 올해는 6종으로 제품을 더 다양화하기로 했다.
김산 무안군수는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고통을 겪는 양파 농가들의 경영비 절감을 위해 기계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양파즙 등 7개 품목 판촉 활동과 홈쇼핑 홍보, 양파 브랜드관 개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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