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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조립하고, 용접하는 여자들... 임금은 남성의 55% 수준" [세상의 관점]

입력
2022.06.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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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성노동자 반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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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는 작업장에서 '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 차별을 겪는다. 많은 남성 중심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는 입사 과정부터 임금과 승진까지 여러 영역에 걸쳐 차별을 받는다. 이를 개선해야 할 노동조합마저 남성 중심적으로 조직되어 있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문화는 노사를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노동자는 작업장에서 '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 차별을 겪는다. 많은 남성 중심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는 입사 과정부터 임금과 승진까지 여러 영역에 걸쳐 차별을 받는다. 이를 개선해야 할 노동조합마저 남성 중심적으로 조직되어 있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문화는 노사를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녀들은 자동차를 조립하고, 배를 용접하고, 식당에서 밥을 하고, 전기 코드를 만들고, 핸드폰을 생산하고, 자동차 램프를 검사하고, 범퍼를 운반한다. 이 중 어떤 노동이 남성의 노동이기에 금속노조의 여성 조합원은 단지 6%일까? 여성노동자들은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이미 하고 있다. 이 중 어떤 노동이 부차적인 노동이고, 어떤 노동이 덜 중요하여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55% 수준일까?" (23~24쪽, '여성노동자, 반짝이다' 中)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공장에서 일하고, 남성 간부가 대부분인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여성의 노동'이라는 화두를 내놓기 위해 뭉쳤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가 69명 여성 조합원의 입을 빌려 여성노동자의 생애와 노동 현장을 기록한 건데요. 이 책 '여성노동자, 반짝이다'는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직접 인터뷰어로 나서 평생 '공순이'로 불렸을 금속노조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길어 냅니다.

책에는 1959년 태어나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34년간 자동차를 만들다 정년퇴직한 이노이부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용접일을 하는 1994년생 변주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성 노동자를 공순이가 아닌 이름으로 '호명'합니다. 35년 동안 한국의 공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영역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조금은 넓어졌을까요.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제조업 생산 노동은 작업복 입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치열하게 용접을 하는 노동자, 단단한 철판에 페인트칠을 하는 도장 노동자처럼 말이죠. 반면 '여성노동자'가 놓인 노동환경과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업종만 첨단화됐을 뿐 과거 '공순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구조적 성차별은 있다'에서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고임금 고용안정 일자리'는 남성에게 쏠리고 '저임금 고용불안 일자리'는 여성의 몫"이라 지적합니다. 남성의 일, 여성의 일을 구분해 위계를 만들고 승진 자리나 관리자에는 여성을 배치하지 않는 식입니다. 성폭력과 펜스룰(여성 배제)도 만연합니다.

여성노동자, 반짝이다. 나름북스 캡처

여성노동자, 반짝이다. 나름북스 캡처

책에서도 제조업 현장의 성차별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이어집니다. "여성 조합원 수가 아무리 많고 똑똑하다고 해도 현장 장악력이 없다 보니 많이 힘들어요. 애초에 회사가 여성들을 남성들의 보조로 뽑으니까 극복하기 어렵고요. 70년 된 우리 회사에 가장 오래 다닌 관리자가 여자 대리님이에요. 30년 넘게 다녔지만, 아직 대리죠. 그런데 몇 년 전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벌써 과장이 된 사람이 있어요. (169쪽, 김연숙)"

금속노조의 여성노동자들은 회사와 싸우는 것 이상으로, 노조 내 남성 간부와 조합원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여성 조합원이 6%에 불과한 남성 중심 조직이기에, 고용불안, 산업재해 같은 거대한 안건 앞에서 성별 간 차별은 노조 안에서도 사소한 문제가 되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책은 노동 존중이라는 구호 안에서 평등을 위해 싸워온 선배 여성들의 투쟁사이기도 합니다.

매일이 투쟁의 연속이지만, 금속노조의 여성노동자들은 '함께하기에' 더 나은 미래를 꿈꿉니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가꾸는 일, 직장 내 성희롱에 투쟁하는 일, 더 나아가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일을 겪으며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노동하는 여성'으로 스스로를 긍정하는 데 이르렀기 때문이죠.

"노조 활동한 뒤 바뀐 점이 있다면, 제 삶에 대한 만족이 높아진 거예요. 뉴스나 정치에 관심도 없고, 우물 안에서 편히 살았던 제가 노조 활동을 한 뒤론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299쪽, 변주현)"

"금속노조는 내 삶을 변화시킨 곳이에요. 사회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거든요. 그리고 나 자신을 알게 해준 곳이기도 해요. 한국 정서가 여자들이 드세면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여자는 드세면 안 되나요? 남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투쟁해도 드세다고 표현하지 않잖아요. (291쪽, 나미자)"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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