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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성공... 세계 7번째 우주강국 우뚝 서다

입력
2022.06.22 04:30
27면

발사 42분 만에 지상국 첫 교신 성공
민간 우주산업 키우고 인재 길러내야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만든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마침내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발사 1시간 10분 뒤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투입돼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안착시켰다”며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시도한 1차 발사가 미완에 그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무게 1톤이 넘는 위성을 자체 보유한 우주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전례 없는 경제 위기와 거듭되는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계획대로 약 13분 만에 최종 목표 고도 700㎞에 도달한 뒤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했다. 발사 후 약 42분이 지난 시점에 남극세종기지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러시아의 도움으로 개발한 나로호 첫 발사의 실패 원인이었던 페어링(위성덮개) 분리도,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때 일찍 꺼졌던 3단 엔진도 정상 작동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뤘다”고 밝혔다.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누리호는 꽤나 애를 태웠다. 1차 발사 때는 성공까지 단 46초를 남겨두고 3단 엔진이 종료됐고, 이번엔 강풍과 1단 산화제 탱크의 레벨센서 때문에 발사 연기를 반복해야 했다. “손이 안 간 데가 없어서 자식 같다”, “요즘 잠도 못 잔다”던 누리호 개발진과 참여 업체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그러나 누리호 성공으로 만족하기엔 앞선 우주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 세계 우주시장은 이미 국가가 주도하는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민간기업들이 우주산업에 뛰어들면서 비용이 낮아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는 중이다. 특히 2030년까지 발사될 위성이 1만7,000여 기에 이르는 만큼 상업용 발사체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뒤처진다면 12년간 2조 원을 투입한 누리호의 성공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국내 우주기술 기업의 대다수가 중소업체인 상황에서 관 주도의 연구개발 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누리호 성공을 국내 산업체 역량 증대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누리호의 발사를 지속하며 성능과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관련 기술을 민간에 적극적으로 이전하고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과기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누리호 기술을 확장해 작은 위성을 싣고 수시로 발사가 가능한 소형 발사체를 민간 기업들과 함께 만들기로 한 건 그런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누리호의 백미는 아직 남아 있다. 성능검증위성에 들어 있는 큐브위성 4기가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차례로 분리되는 게 누리호 발사의 최종 목표다. 발사체 하나에 위성을 여러 개 싣고 가 위성이 위성을 사출하게 하는 이 기술은 상업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큐브위성은 전부 국내 대학들이 개발했다. 미래 우주산업을 이끌 인재들의 꿈이 담긴 큐브위성 4기가 모두 우주에 안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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