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에 투자 더 몰리게...법인도 최대 50%까지 투자 가능해진다

입력
2022.06.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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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새 법인의 주식 보유 제한율 '30% 이상'
정부, 개인과 기존 법인의 주식보유 '50% 초과' 상향
중기부 "제한 풀 때 경제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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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벤처기업 A를 설립한 B씨는 올해 회사의 가능성을 알아본 한 법인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법인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개인 주주들도 잇따라 A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자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창업 기업에 주어지는 갖가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정부에 창업기업 확인 신청을 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들었다. A사 지분의 50%를 투자 법인이 소유해 A사는 더 이상 창업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법인 설립 7년 이내에 다른 법인으로부터 30% 이상의 투자를 받으면 창업 기업의 지위를 잃는다. B씨는 "창업 기업은 외부로부터 받는 투자가 목숨줄인데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B씨와 같은 사례로 민원이 늘어나자 정부가 새로 설립하는 법인에 대한 개인 사업자나 법인의 주식 보유 제한율을 '기존 30% 이상에서 50% 초과로 상향'하는 등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크게 완화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시행은 29일부터다.



"얌체족 잡다가 창업기업 잡는다" 현장 목소리에 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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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가 투자 법인이나 투자자의 주식 보유율을 30%로 제한한 건 '얌체족'을 막기 위해서다. 창업자가 적은 금액으로 아들 회사 격의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정부의 창업 지원을 받아내는 등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 기업인·전문가 간담회 등에서 이를 두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투자 제한이 창업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중견·대기업들의 투자 의욕마저 꺾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듣고 제도를 검토한 결과 투자를 풀어서 생기는 경제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미국 등에서는 정부 지원이 따로 없어 투자 제한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설립한 지 7년 이내인 창업기업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 창업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투자 제한을 미국처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게 중기부 측 설명이다.

연쇄 창업·투자·M&A 모두 활성화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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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주식보유 제한율을 완화할 경우 경험 있는 창업자의 연쇄 창업은 물론, 기업 간 투자 및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쇄창업이란 개인사업자가 자신이 쌓은 경험과 유사 기술을 가지고 새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해당 사업자가 자신의 새 법인에 30% 이상 투자하면 창업 기업에서 탈락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또 지금까지는 창업 기업이 설립 7년 이내에 대기업 등으로부터 인수돼 인수한 기업이 주식을 30% 이상 보유하면 창업 기업의 지위를 상실했지만, 앞으로는 50%까지 보유해도 창업 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창업지원사업 참여제한 기준도 새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관리지침 수준에 있던 제한 기준을 법령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일종의 '당근과 채찍' 전략인 셈인데, 이에 따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경우 최대 5년 동안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산업 분야에서의 창업과 성장 유망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세계적 기업으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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