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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 지금 괜찮다고 앞으로 괜찮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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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페트병 라벨은 페트병과 같은 페트 재질을 사용하면 재활용에 방해가 된다. 페트병은 투명 병 위주로 고급 재생원료를 만드는데, 라벨 색깔이 재생원료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모두 라벨을 떼고 버리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모두 라벨을 떼지 않으니 문제가 된다. 페트병 재활용 공정에서 병을 마개, 라벨과 함께 파쇄해서 세척을 하는데 같은 재질이면 병 조각과 라벨 조각이 모두 물에 가라앉아 선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라벨을 물에 뜨는 다른 재질로 만들면 소비자가 라벨을 떼지 않더라도 재활용 공정에서 분리가 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페트병 외에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재질 플라스틱 용기는 마개나 라벨의 재질이 용기와 같은 '유니 소재'를 권장한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PE나 PP는 색깔별 구분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녹여서 검은색 중·저급 재생원료를 만들기 때문이다. 색깔 구분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마개나 라벨도 같은 재질로 만들어 병과 한꺼번에 재활용하는 게 낫다는 거다. 고품질 재생원료를 만들 수 없으니 차라리 양이나 늘리자는 전략이다. 배달용기 국물자국 색깔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게 배달용기가 PP 재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라스틱 재생원료 품질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질 및 분리배출 기준이 달라진다. 재생원료 품질기준이 높아질수록 페트병처럼 재질과 색깔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따라서 현재 재활용 수준에 맞춰 재질 및 분리배출 기준을 고정시키면 안 된다. 2030년까지 재생원료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기준을 조정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모든 비닐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바꿔서 재활용하겠다고 목표를 정한 후 복합 재질을 단일 재질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U 흐름에 비추어 보면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재활용 방법에 맞춰 복합 재질 비닐을 허용하는 우리나라 재질 기준은 시대흐름에 뒤처질 우려가 있다. 지금처럼 중·저급으로 재활용할 거라면 PP 용기의 마개나 라벨을 같은 재질로 만드는 유니 소재 전략이 맞지만, 페트병처럼 PP 용기를 다시 용기로 순환시킬 거라면 유니 소재 전략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배달용기 국물자국과 테두리에 붙은 비닐도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재생원료 품질 기준을 높이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지금 괜찮다고 해서 앞으로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가려면 눈앞의 문제만 연연해하지 말고 장기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구조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면 정책이 바뀐다. 이런 식이면 정부가 세우는 장기 목표를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정책을 신뢰하지 않으면 장기 투자가 되지 않는다. 장기 투자가 되지 않으면 구조전환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분리배출 잘하라고만 독려할 게 아니라 장기 목표를 명확하게 수립한 후 생산자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2030년까지 우리의 플라스틱 재활용의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지 자꾸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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