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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객 신처럼 모시겠다"… '베트남판 하와이' 푸꾸옥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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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베트남 서남부의 섬 '푸꾸옥(Phu Quoc)'은 푸른 생동감으로 가득했다. 새파란 하늘과 '쨍'한 날씨를 달래는 선선한 바람, 섬의 70%를 차지하는 산악 지형이 만든 녹음에 베트남에선 보기 드문 초록빛 바다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대자연을 깨끗이 씻어낸 것일까. 발에 밟히는 싸오 해변의 살색 모래는 더없이 보드라웠고 서부의 석양은 이전보다 더 붉게 내려앉고 있었다.
인간의 손이 닿은 영역에는 활기와 희망이 그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교통 등 관광 인프라의 발전이었다. 코로나19 시대 이전, 푸꾸옥 국제공항에서 족히 1시간 30분은 걸리던 북부 관광단지로의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섬의 서북부와 최남단 안또이항을 연결하던 좁은 2차선 국도가 정돈된 4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깨끗하게 닦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 최장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된 혼똠 지역은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지난 2년 동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노린 베트남의 썬그룹이 로마 시대를 테마로 설정한 건물들을 쉬지 않고 지은 결과다.
푸꾸옥의 이런 변화는 푸꾸옥을 '베트남의 하와이'로 만들겠다는 베트남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가능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된 지난 2020년 3월, 끼엔장성(省) 산하의 작은 섬에 불과했던 푸꾸옥을 시(市)로 승격시키며, 관광지로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답게 목표로 정한 것을 추진하는 속도는 엄청 빨랐다. 정부가 푸꾸옥의 인프라 확충과 환경 정화, 권역별 관광산업 육성 계획을 공표하자 베트남 대기업들은 즉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타깃은 그동안 발전이 더뎠던 푸꾸옥의 동부 지역에 맞춰졌다. 현재 이 지역은 현지 관광산업의 큰손인 BIM그룹과 IPPG, 떤황민그룹 등이 진행하는 대형 신규 리조트와 면세점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2011년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북부 개발을 시작으로, 2014년 남부(썬그룹)와 서부(CEO그룹)로 향했던 개발 흐름이 마지막 남은 동부까지 닿은 것이다.
새로운 하드웨어를 갖춘 푸꾸옥에 이제 '해외 관광객 유치'라는 마지막 과제만 남았다. 제아무리 경관을 잘 정비하고 멋들어진 시설을 지어도 여행객이 찾지 않는다면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게 관광산업이다.
여기서 푸꾸옥은 지난해 10월 유럽과 미국·중국이 아닌, 한국 관광객을 핵심 유치 타깃으로 설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000년대 초 푸꾸옥을 '동남아의 숨은 명소'로 세상에 처음 알렸던 유럽인, 여행지에서 가장 많은 현금 지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중 관광객보다 장기적으로 한국인이 훨씬 더 내실 있는 손님이라 판단한 것이다.
결심이 선 푸꾸옥은 즉시 움직였다. 우선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1월 푸꾸옥을 '국제관광 시범 여행지'로 선정했다. 전염병이 극성이던 시기였으나 경쟁국 태국 등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해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푸꾸옥 관광청은 머뭇거림 없이 한국 관광객 204명을 첫 손님으로 유치했다. 당시 공항 활주로까지 마중을 나간 푸꾸옥 주민들은 "베트남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라고 외치며 이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베트남 관광청과 한국인 프로모션 투어를 진행 중인 A여행사 대표는 "11월 푸꾸옥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이 타 동남아국보다 안정적인 방역 시스템과 정돈된 관광 인프라, 무엇보다 한국인을 각별히 챙기는 푸꾸옥 사람들의 태도에 매우 놀랐다"며 "이후 첫 푸꾸옥 방문객들의 높은 만족도가 국내서 입소문을 탔고, 최근까지도 푸꾸옥을 방문하려는 한국인 여행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 사랑'을 외치는 푸꾸옥의 전략은 적어도 통계상으론 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22일 푸꾸옥 관광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푸꾸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4만6,000여 명이다. 이들 중 국가별 집계 1위는 한국으로, 전체 관광객의 14%에 해당되는 6,446명을 기록했다. 2위는 미국(3,443명)이며, 베트남 방문 외국인 관광객 누적 1위인 중국은 한국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한 2,141명만 푸꾸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관광객의 연이은 방문에 푸꾸옥은 고무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부이꾸억따이 푸꾸옥 관광청 부청장은 지난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푸꾸옥을 찾는 한국 관광객 모두를 신(神)으로 생각하고 모실 것"이라며 "내국인과 같은 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등 더 세심하게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이기만 하면 한국인은 푸꾸옥에서 30일 동안 무비자로 생활할 수 있다"며 "한국인을 위한 전용 항공편을 늘리고 입국 수속도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푸꾸옥을 동남아 최고의 관광지로 키우려는 베트남의 야심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인들이 '가성비' 때문에 베트남 여행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 적극적인 가격 관리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이와 관련 푸꾸옥시는 현재 5성급 호텔 및 리조트 1박 숙박비를 14만~30만 원, 3·4성급은 7~12만 원대로 유지하고 있다. 웬만한 한국의 브랜드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테니, 언제든 '가성비'를 즐기라는 취지다.
베트남 관광의 또 다른 장점은 한국인이라면 현지어를 잘 몰라도 여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베트남 유명 관광지와 현지 식당 대부분은 한국어 안내판과 메뉴가 있으며, 현지인들은 간단한 한국말 정도는 쉽게 알아듣는다.
다만 푸꾸옥은 다낭·호찌민·하노이보다 상대적으로 한국 식당과 마트 등 관련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이에 푸꾸옥 시 정부는 한국 편의시설 단지를 신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건설 주체는 베트남의 탄아다이탄 그룹과 한국의 대우건설이다. 외국기업의 직접 개발에 보수적인 푸꾸옥 정부가 예외적으로 한국이 참여한 합작사업을 허가한 것이다.
한국 편의시설은 양국 기업이 중남부에 건설 중인 270헥타르(ha) 규모의 고급 빌라단지 '메이홈즈캐피탈푸꾸옥 사업' 부지 내에 위치한다. 시설명은 '코라다이스(Koradise)'로, 한국(코리아·Korea)과 천국(파라다이스·Paradise)을 합친 단어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코라다이스에는 한국 식당과 마트, 세탁소 등 각종 한국식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응우옌푸엉안 탄아다이탄 그룹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코라다이스가 개장한 뒤 한국 문화 거리를 추가 조성하고 '케이팝 커버 댄스' 대회 등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한국인은 무비자로 푸꾸옥에 한 달 동안 머무를 수 있는 만큼, 향후 건설될 부지 내 국제학교에 한국 학생들을 위한 여름·겨울 영어캠프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현지 식당들도 늘기 시작했다. 앞서 2018~2019년 푸꾸옥을 찾는 한국인이 많아지자 몇몇 한국 식당이 도심에 문을 열긴 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현지서 철수했다. 푸꾸옥의 즈엉동 지역에서 한국식 고깃집 영업을 시작한 B씨는 "베트남이 푸꾸옥을 밀고 있다는 게 확실해진 뒤 다낭 등에서 요식업을 하던 많은 한국인이 이곳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푸꾸옥도 곧 한국인들이 여행하기 불편함이 없는 관광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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