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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길로 곤돌라로... 1300m 고원 피서지 쉽게 오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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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여름 나기 좋은 곳으로 강원 고산지대만 한 곳이 없다. 당장 설악산·오대산 등이 떠오르지만 무더위 산행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선 고한읍 만항재에서 신동읍 함백역까지 이어지는 해발 1,000m 안팎의 운탄고도는 차량 또는 케이블카로 쉽게 정상까지 갈 수 있어 게으른 여행객에게는 최고의 피서지다.
고산 능선으로 약 40㎞ 이어지는 운탄고도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運炭古道)’이다. 시작 지점인 만항재(1,330m)는 정선 태백 영월의 경계로, 국내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서울에서 간다면 정선 고한읍에서 정암사를 거쳐 함백산 기슭을 거슬러 오른다. 고한만 해도 해발 700m가 넘는 고지대라 여름이 시원한 편인데, 만항재의 기온은 그보다 또 3~4도 낮다. 여름 한낮이라도 긴소매 옷이 필요한 곳이다.
여름 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이라 불린다. 주차장 주변에 낙엽송 숲과 야생화 공원이 조성돼 있다. 터리풀, 오이풀, 동자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어둑한 숲을 밝힌다. 조금 욕심을 내 함백산 입구까지(약 1.5㎞) 걸으면 서늘한 여름 꽃 잔치를 즐길 수 있다.
운탄고도 중간 백운산(1,426m) 정상 부근까지도 쉽게 가는 방법이 있다.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에서 관광곤돌라(1만6,000원)를 타면 약 15분 만에 해발 1,340m 마운틴탑에 도착한다. 산정 카페의 전망도 일품이지만, 이왕 돈 들여 높은 곳까지 올라왔으니 짧은 구간 숲길(하늘길)을 걸어 볼 것을 권한다.
오솔길처럼 조붓한 산길은 짙은 그늘에 덮여 있다. 녹음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달콤한 꽃 향기가 코끝에 맴돈다. 마운틴탑에서 탐방로를 따라 약 1.5km 내려가면 운탄고도와 만나고 도롱이연못에 닿는다. 1970년 갱도의 지반 침하로 생긴 연못에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물이 고였다.
낙엽송 숲에 둘러싸인 산중 호수가 낯설고도 신비롭다. 요즘은 비포장 산길로 차를 몰고 무리해서 이곳까지 올라와 캠핑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연못의 훼손을 막기 위해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요즘 하이원리조트 슬로프에는 샤스타데이지 꽃이 만발해 있다. 리조트 측은 27일까지 ‘샤스타 페스티벌’을 진행 중이다. 꽃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운틴콘도에서 전동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최대 5인 탑승, 대당 5만 원). 이용객이 직접 운전해 왕복 7㎞의 야생화 군락지를 돌아오는 방식이다.
햇볕을 피할 겸 챙 넓은 모자를 준비하면 더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샤스타데이지 군락에서 찍은 사진을 해시태그(#하이원샤스타 #하이원리조트)와 함께 본인 SNS에 올리면 심사를 통해 애플워치, 백화점상품권 등을 선물한다. 리조트 측은 2006년 스키장을 개장한 이듬해부터 슬로프에 매년 20~40여 종의 야생화 씨앗을 파종했다고 한다. 원추리, 목수국, 꽃양귀비 등이 계절을 바꿔가며 피어난다. 7월 샤스타데이지가 지고 나면 금계국과 루드베키아가 샛노랗게 산기슭을 뒤덮을 예정이다.
운탄고도가 끝나는 함백역 부근 ‘타임캡슐공원’도 시원하고 이색적인 전망을 선사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해발 850m 산중턱에 조성된 공원이다.
영화의 기억은 희미해져 가지만 홀로 선 소나무는 해를 거듭할수록 멋진 수형을 뽐낸다. 둘레에는 열두 달을 상징하는 별자리 조형물을 세웠고, 바로 위에는 암모나이트와 비행접시를 형상화한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공원 주변은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이다. 산꼭대기까지 개간한 대규모 농장이 '엽기적'이고도 이채롭다. 해질 무렵이면 초승달 조형물 뒤로 겹겹이 펼쳐지는 산 능선이 아름답다.
타임캡슐공원은 함백역에서 약 5㎞, 완만한 경사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굽이를 돌 때마다 자작나무, 소나무 숲이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차를 세울 공간이 없어 아쉽다. 천천히 드라이브로 즐기는 산길이다.
운탄고도는 9월 강원 폐광지역 4개 시·군(삼척 태백 정선 영월)을 연결해 총 173㎞의 백두대간 횡단 트레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길 이름은 만항재의 높이를 상징하는 숫자를 붙여 ‘운탄고도 1330’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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