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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저점을 찍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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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간판 쓴소리꾼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 상황을 그는 썰물에 빗댔다. “썰물 때는 웬만하면 다 쓸려 나가기 때문에 1년 가지고 밀물이 올까 싶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민주당은 유권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너무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썰물이 지나가면 밀물이 드는 자연의 이치처럼 민주당도 바닥을 치고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식 기대감이 은연중 깔려있는 것 같아서다.
실제 요즘 민주당 사람들을 만나 보면 지방선거 결과에 근심하면서도 "총선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내비친다. 낙관의 근거는 이렇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즈음인 2024년 4월에 치러진다. 과거 대통령 임기 중반에 열렸던 선거는 번번이 야당에 유리한 정권 심판 구도로 흘렀다. 더구나 출범과 동시에 세계 경제 위기의 초입에 들어선 현 정부는 앞으로 득점보다 실점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큰 실수만 안 한다면 민주당은 다음 총선 승리로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다. 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견해에 따르면 민주당은 6·1 지방선거 완패로 바닥을 쳤고 앞으로 반등할 일만 남았다.
그래서일까. 친(親)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 간의 계파 갈등이 쇄신 목소리를 압도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앞으로의 전개를 낙관한다는 방증이다. 선거 패배 직후부터 2년 뒤 총선 공천권이란 미래 자원을 둘러싼 다툼을 벌이는 것은 괜찮은 미래가 예정돼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저점을 찍었다는 보장은 없다. 이대로라면 저점 같은 건 없을지 모른다. 당 비상대책위원장만 두 번 지낸 백전노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최근 당 지도부에 일갈했다. “난파선 위에서 서로 선장이 되려고 싸우다 가라앉을 수 있다.” 변화의 몸부림 대신 계파 간 네 탓 경쟁에 몰두하면 바닥 없는 추락을 맞을 수 있다는 고언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 위기로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반사 이익을 민주당이 누릴 것이란 기대는 섣부르다. 외국 사례를 보자. 공화당과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 온 중도좌파 사회당의 몰락은 불과 4, 5년 사이 일어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4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득표율은 4.78%(5위)에 머물렀지만 사회당 후보 득표율은 이보다도 낮은 1.75%(9위)에 그쳤다. 일본 유권자들은 보수 자민당이 아무리 못해도 입헌민주당에 집권 기회를 안 준다. 한국 유권자도 0 아니면 1밖에 모르는 이진법 정치 구도에 영영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촛불을 계기로 민주당에 희망을 품었다가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내로남불과 팬덤 정치, 이념 과잉의 부동산 정책에 질려 등을 돌렸다는 중도층이 적지 않다. 기호 2번으로 갈아탄 이들은 윤 정부의 거침없는 부동산 감세와 대북 강경론에 전복적 쾌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내가 바란 것이 이런 것이었나, 내심 찜찜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민주당이 다시 대안이 되려면 망각에 기대는 정치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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