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전이 20일 넘게 지속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더불어민주당에 마라톤 회담을 제안하며 원 구성 협상을 압박했다. 그는 "이번 주 안에 담판 짓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00m 달리기도 좋고, 철인경기도 좋다”면서도 “어떤 양보안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발을 뺐다. 여태까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로 당권 다툼에만 몰두했던 점에선 여야가 한 치도 나을 게 없다. 그런 데다 서해 공무원 사건으로 장외 공방이 가열되고 있어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을 분위기다. 색깔론 정쟁이 아닌 국회를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이 되도록 여야정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지금 국민들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응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내용들도 법 개정 없이는 실행될 수 없다. 박순애(교육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기한이 지나 윤 대통령은 21일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문을 걸어 잠그고 끝장 협상이라도 벌여 원 구성 합의안을 도출하고 하루속히 국회를 가동해야 한다.
정부도 국회의 협조 없이는 위기를 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협치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기 바란다.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전 정권 수사에 속도를 높이며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 땐 안 했냐"라고 답해 보복 수사를 인정한 꼴이 됐다. 부처 장관들은 검·경을 직접 컨트롤하려 하고 있고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사건 감사에 착수했다. 전 정부 공격에 몰두해 여야 간 대립을 부추겨서야 어떻게 국회 협조를 받겠나. 여야정 모두 정치적으로 풀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 국회가 돌아가야 정부도 할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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